“가위는 놓아도 봉사는 못 놓죠”…25년째 미용 봉사자들

“가위는 놓아도 봉사는 못 놓죠”…25년째 미용 봉사자들

여성자원봉사센터 미용봉사단, 매달 군산 원광효도요양병원 찾아 미용 봉사

[아이뉴스24 임기택 기자] “조금만 고개 숙여보세요. 금방 예쁘게 해드릴게요.”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머리를 다듬은 어르신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웃자 봉사자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아이고, 시원하다. 예쁘게 해줘서 고마워” 한 달에 한 번 전북 군산 원광효도요양병원(이사장 오성배)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미용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70여 명의 어르신에게 미용 봉사를 펼치며 25년째 따뜻한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임기택 기자]

여성자원봉사센터 소속 미용봉사자들은 매달 병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한다. 한 번 봉사에 나서면 이들의 손을 거쳐가는 어르신만 70명이 넘는다.

봉사자들의 생업은 서로 다르다. 세 사람 가운데 한 명만 현재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두 사람은 미용실 운영을 그만두고 각자의 본업을 갖고 생활한다. 하지만 봉사하는 날이면 다시 빗과 가위를 손에 든다.

이들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약 25년 전이다.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을 나누면 기쁨도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원광효도요양병원과는 지인의 부탁으로 인연을 맺었고, 한두 번의 봉사가 해를 거듭하며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용실을 운영하는 봉사자는 가게 일정을 조정하고, 다른 두 사람도 본업 시간을 맞춰 봉사에 참여한다. 시간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약속한 날이면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가장 큰 보람은 머리를 손질한 뒤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봉사자는 “머리를 해드리고 나면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신다”며 “만족해하시며 웃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오히려 더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앞둔 봉사는 의미가 남다르다. 가족을 만나거나 명절을 맞을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단정하고 예쁜 모습으로 지낼 수 있도록 평소보다 더 마음을 쓴다.

25년 동안 같은 곳을 오가다 보니 가족처럼 정이 든 어르신들도 많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한 어르신은 봉사자들이 올 때마다 반갑게 맞으며 “고맙다”는 말을 자주 건넸다고 한다.

봉사자는 “오랫동안 뵙던 분이 어느 날 안 계시면 마음이 많이 허전하다”며 “단순히 머리만 잘라드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서로 정이 든 것”이라고 했다.

일반 미용실과 봉사 현장에서 가위를 잡는 마음도 다르다. 미용실에서는 손님을 대하는 일이 생업과 연결되지만, 봉사 현장에서는 어르신이 편안하고 만족해하는지가 전부다.

한 봉사자는 “예전에는 내 일만 생각하며 살았지만 내가 가진 기술 하나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봉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재능을 나누면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쁨이 두 배가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힘이 닿는 데까지 원광효도요양병원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건이 허락하면 장애인시설 등 미용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도 활동을 넓히고 싶다고 했다.

장다영 사회복지 담당은 “미용봉사가 있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평소보다 훨씬 밝은 표정으로 거울을 보며 서로 머리 모양을 이야기하신다”며 “단순히 머리를 다듬는 것을 넘어 어르신들에게 기분 전환과 정서적 활력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성배 이사장은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찾아주신 봉사자들의 정성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 같은 따뜻한 나눔이 어르신들에게는 큰 위로와 행복이 되고, 우리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지만 봉사하는 날이면 다시 미용인이 된다. 누군가는 미용실을 떠났고, 누군가는 여전히 미용실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을 향한 ‘봉사의 가위’만큼은 25년째 멈추지 않고 있다.

/전북=임기택 기자(limgt745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