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천안 출신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며 ‘희망의 레이스’로 시작한 천안이봉주마라톤대회가 5회 만에 참가 접수 공정성 논란이라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식 접수와 다른 경로로 1140명이 등록된 사실이 드러난 뒤 참가 취소와 환불로 일단 수습됐지만, 논란은 대회 운영과 천안시체육회·육상연맹 관리체계 전반으로 번졌다.
장기수 천안시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올해 대회에서 논란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를 운영에서 배제하고, 천안시체육회 감사와 시 자체 점검을 통해 참가자 모집부터 보조금 집행, 대회 운영 과정까지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기존 관행을 걷어내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대회 운영방식 자체를 새로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장 시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체육회 감사와 함께 시 내부적으로도 절차와 대응 과정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제5회 대회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올해 대회는 개인·단체 구분 없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7000명을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6170명이 신청했지만 이와 별도로 1140명이 이메일 등을 통해 접수돼 운영대행사가 실제 참가자로 등록했다. 모두 합하면 7310명으로 당초 모집 정원보다 310명 많았다.
천안시체육회는 지난해까지 단체 참가 신청을 이메일로 받았던 방식에 대한 착오와 공식 접수 당일 서버 혼잡 과정에서 일부 대행사 직원이 이메일 제출을 안내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단체에 의도적으로 참가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문제가 커지자 공식 접수 방식과 달리 신청한 1140명은 모두 등록을 무효로 하고 참가비를 환불했다.
그러나 장 시장은 여기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봤다. ‘1140명을 취소했다’는 결과보다 공지된 원칙과 다른 접수가 어떻게 대규모 등록까지 이어졌는지, 주최·주관단체와 운영대행사 사이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시장은 “대회가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르다 보니 기존에 관행적으로 했던 것들의 문제점을 못 보는 경우가 있다”며 운영방식 전반의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대회인 만큼 참가자 선정방식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참가 규모가 7000명이라면 천안시민과 다른 지역 참가자의 모집 규모를 사전에 구분해 공개하는 방식 등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접수 서버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참가 기회를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지까지 대회 운영의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 시장은 천안시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처음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담당부서에 사실관계 확인을 주문했지만, 체육회 등 관련기관의 설명을 전달받는 수준에 머물면서 시 자체 검증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장 시장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겠느냐”며 “당사자의 의견이 아니라 우리가 판단해 보고해야 한다. 이런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확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산하기관이나 보조사업자의 해명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천안시가 직접 자료와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주문이다.
실제 천안시는 논란 이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천안시육상연맹을 올해 대회 주관에서 배제하고 천안시체육회가 추진하는 보조사업 전반에 대해 수시점검과 자체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충남도체육회에도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천안시가 체육회를 통해 지원하는 이봉주마라톤 보조금과 참가비 등 관련 예산의 집행 과정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장 시장은 “체육회 관련 예산들은 감사를 요청할 텐데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회는 예정대로 개최한다. 정상적인 절차로 접수한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 이번 논란에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은 운영 과정에서 배제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장 시장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분들은 배제했다”며 “올해 행사는 잘 치르고 내년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대회가 만들어진 배경에도 있다.
천안이봉주마라톤은 2022년 당시 희귀질환으로 투병하던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하고 시민과 마라톤 동호인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전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봉주도 선수 시절 경험을 토대로 코스 개발에 참여하는 등 대회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회가 거듭되면서 참가자가 빠르게 늘고 지역을 대표하는 마라톤대회로 성장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다. 지난해 제4회 대회에서도 모집 인원을 5000명으로 공지했지만 실제 참가자는 6000여 명으로 집계돼 정원 관리 문제가 제기됐다.
올해 다시 공식 접수와 다른 1140명의 등록이 확인되면서 참가자 관리 문제가 2년 연속 반복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지역 마라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일부 참가자 명단이 공식 접수 전부터 취합됐다는 주장과 함께 천안시육상연맹 운영·회장 선거관리 과정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다만 이들 의혹은 제기 단계인 만큼 실제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는 체육회 감사와 관련 조사 등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 장 시장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접수 실수로 정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K-컬처박람회장에서 이봉주 선수를 직접 만나 사과한 사실도 공개했다.
장 시장은 이봉주 선수에게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점검하고 올해 대회를 잘 치러보자”는 취지로 사과했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대회는 ‘정상 개최’와 ‘책임 규명’이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참가자 접수 문제는 이미 1140명의 등록 취소로 행정적인 조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왜 공식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는지, 체육회·육상연맹·운영대행사의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천안시 관리·감독은 적절했는지가 감사와 조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회부터 어떤 방식으로 참가자를 모집할지도 관심사다.
장 시장이 시민 참가 기회 배분까지 거론한 만큼 단순 선착순 접수에서 벗어나 지역·외지 참가자 모집 구분이나 추첨제, 접수기간 분산 등 새로운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천안시는 올해 대회를 차질 없이 치르는 동시에 감사 결과 등을 토대로 내년도 운영체계를 다시 짠다는 방침이다.
‘희망의 레이스’로 출발해 5년 만에 공정성 논란에 직면한 이봉주마라톤이 참가자와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이제 1140명의 등록을 취소한 뒤 어떤 책임을 묻고, 어떤 제도를 새로 만드느냐에 달리게 됐다.
한편 장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천안 K-컬처박람회의 존속과 운영 방향도 조만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박람회가 독립기념관 홍보와 청소년·젊은층의 문화 향유 확대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연예인 공연 중심이라는 지적과 축제 집중에 따른 피로감, 공직자 행사 지원 문제 등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시장은 “미래 정책을 시장 혼자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민·전문가 의견과 정부의 K-컬처 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박람회 존속 여부와 향후 운영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