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이 강남권과 한강변을 넘어 노원·중랑·강서 등 서울 외곽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공급부족 우려속에 서울 주요 상급지뿐 아니라 중저가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준공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미분양이 쌓이면서 건설사들이 수천만원에서 억대 할인분양에 나서는 등 극심한 양극화 국면을 맞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급지에서는 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등 한강변 대장주 아파트는 한강조망 매물을 중심으로 3.3㎡당 1억 2000만~1억 4000만원선에서 실거래되며 시장을 견인했다. 용산구와 성동구 등 주요 신축단지 전용 84㎡ 매물도 20억원을 돌파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정부 세제개편안 발표이후 상승 온기는 서울 전역으로 번졌다. 부동산R114 집계 결과 지난 8월 서울 아파트가격 월간 변동률은 0.55%를 기록했다. 동대문구가 한달새 1.53% 올랐고 △중랑구(1.30%) △노원구(1.23%) △강서구(1.23%) △성북구(1.18%) △관악구(1.06%) 등 중저가지역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일례로 노원구 상계주공1단지 고층 전용 41.3㎡ 매물은 지난 7월말 5억2000만원에서 8월중순 5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지방 분양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 7월 대구·대전·광주·충북·전북·경북·제주 등 비수도권 7개 시·도에서 아파트 신규분양 실적은 0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207가구, 경기 6691가구 공급과 대조적으로 미분양 공포에 짓눌린 지방사업장이 신규공급을 전면 중단한 결과다.
지방 건설사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다. 대구지역 3위 건설사이자 시공능력평가 67위인 태왕이앤씨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대구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방 부동산 침체와 장기 분양부진이 중견 종합건설사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건설업계 기초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7월까지 폐업신고를 한 건설사는 2530곳으로 전년동기 대비 25%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폐업업체 10곳 중 6곳은 지방 소재 업체로 나타났다.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연쇄 도산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미분양 적체 역시 지방에 집중됐다. 7월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주택 6만3845가구 가운데 비수도권 물량이 4만4386가구로 전체 약 70%를 차지했다. 충남(9982가구), 부산(8379가구), 경북(5107가구), 경남(4627가구), 대구(4278가구) 등 적체현상이 심각했다.
충남 천안시 단일 시·군·구에서만 5100가구가 쌓였다. 반면 서울은 전체 미분양이 994가구에 그쳤고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미분양 0가구를 기록해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지어진 집조차 소화하지 못하면서 일부 지방현장에서는 파격적인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입주를 마친 광주 남구 월산동 '더 퍼스트 데시앙' 잔여물량을 최대 1억3000만원 낮춰 분양하고 있다. 과거 4억3000만~6억1000만원이던 분양가는 3억~5억원대로 하락했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 2024년 입주한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 푸르지오' 잔여물량을 1억원이상 내리고 무상옵션을 제공하는 등 미분양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방 주택시장 수요가 사실상 소멸한 수준"이라며 "단순히 주택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소득과 일자리, 지역산업을 함께 키우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무리 주택을 공급하고 분양을 늘리더라도 지역내 소득과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택을 살 수요가 생기기 어렵다"며 "결국 지역경제 기반을 강화해 주거수요가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