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청탁 의혹이 확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를 '낙마 0순위'로 지목하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관련 녹취록과 수사자료를 잇달아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엄호에 나서는 한편 녹취록 입수 경위를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섰다.

김 후보자는 현재 △코로나19 시기 제넨셀 신약 임상승인 청탁 사건 △해당 사건 영장판사와의 유착 의혹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대북송금 관련 이해충돌 논란 △음주운전 전과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가운데 여론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것은 신약 임상승인 청탁 의혹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1년 10월 지인 양씨의 부탁을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2주 만에 식약처 승인이 이뤄지면서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 측은 이를 "공익적 민원의 단순 전달"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제넨셀의 임상승인이 이례적으로 빨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의혹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신약 로비' 의혹까지 드러났다"며 "제넨셀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은 33일 만에 이뤄져 같은 조건 업체 평균 71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후보자와 양씨 사이의 당시 통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10월 12일 이뤄진 김 후보자와 양씨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양씨에게 "내가 말씀을 드렸고 일단 확인해서 나에게 보고해준다고 하니까 한번 기다려보시고"라며 "처장께서는 모든 가용화 인력을 배치해서 진행을 빨리하는 거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양씨가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답했다.
한 의원은 이를 두고 김 후보자의 요청을 받은 김 전 처장이 비서를 통해 담당 과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며 "'로맨틱'하고 '성공적'"이라고 비꼬았다. 당시 김 전 처장의 비서는 임상정책 과장에게 '과장님, 김 의원이 따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처장님이 챙겨보되, 다음부터는 그쪽에서 이런 얘기 안나오게끔 해달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사흘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인사청문 준비단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준비단은 "한 의원은 녹취의 앞뒤를 잘라 김 후보자의 민원 확인을 승인 압력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기관장에게 접수된 민원이 담당 부서에 전달된 것은 통상적인 행정절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성공한 로비'라고 주장하려면 심사기준 변경이나 특혜가 있었다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김 후보자가 궁지에 몰리자, 민주당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녹취록 자체의 내용보다 한 의원이 이를 어떤 경위로 확보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며 역공에 나서는 모습이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사적 통화 녹취는 당사자 또는 수사기관 등 제한된 경로를 통해야만 나올 수 있다"며 "입수·유출 경위에 위법성이 있다면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한민수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자극적 수사기록 짜깁기와 찌라시 흘리기 방식으로 김 후보자를 공격하고 있다"며 "연일 공개하고 있는 그 녹취록은 어떻게 입수했는지 출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용기 최고위원 역시 "김 후보자와 양씨의 개인 간 통화 녹취록은 누구에게, 어떤 경위로 입수했느냐"며 취득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 물었다.
김동아 의원은 한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에도 착수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 의원이 김 후보자의 과거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문자메시지와 계좌 거래 내역, 관련자 통화 내용, 검찰 내부 문서인 '기소계획서' 등을 공개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어떻게 개인의 불기소 사건 기록과 검찰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나"라며 "법무부 장관 시절 보고받은 수사 기록을 퇴임 후까지 사적으로 보관하다가 지금 정치 공작을 위해 꺼내 든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녹취록 공개의 적법성을 문제 삼으며 전선을 옮기면서 향후 인사청문 정국은 '김 후보자 의혹 검증'과 '수사자료 유출 경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흘째 침묵을 이어온 김 후보자가 오는 7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예고한 만큼, 직접 의혹에 답하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