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일상에 작은 숨구멍을”…안정희 작가가 건네는 ‘바라보기’

“메마른 일상에 작은 숨구멍을”…안정희 작가가 건네는 ‘바라보기’

대구 카페 포브서 내년 1월까지 초대전…꽃·자연에 기억과 희로애락 담아
“흐르는 시간 막연히 보내지 않고 오늘을 기억하고 싶다”…일상을 회화로 되묻다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우리는 매일 수많은 풍경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순간을 오래 마음에 담아둘까.

꽃 한 송이와 자연의 한 장면, 무심히 지나쳤던 평범한 일상은 안정희 작가의 화폭에서 기억과 감정을 불러내는 또 다른 풍경으로 태어난다.

안정희 작가 [사진=카페 포브]

안 작가에게 회화는 눈앞의 대상을 그대로 옮겨놓는 작업이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바라보고 느낀 것을 붙잡아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이미지로 꺼내놓는 과정에 가깝다.

안정희 작가 초대전이 대구 수성구 카페 포브(Cafe FOV)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전시는 2027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단어는 ‘바라보기’다.

안 작가는 꽃과 자연, 일상의 풍경을 화면에 옮기면서 그 순간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함께 투영한다. 작품 속 대상은 현실의 풍경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서 꽃은 단순한 꽃으로 머물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이 되고 때로는 기쁨과 아픔, 그리움이 된다.

안정희 작가 개인전 포스터. [사진=카페 포브]

안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그림 속에는 무한한 무언가가 있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자기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말 매혹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그림에 희로애락을 담으며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것 역시 그가 오랫동안 붓을 놓지 않는 이유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두드러진다.

안 작가에게 시간은 그저 흘려보내는 대상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현실을 바라보고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화폭에 남긴다.

그는 “흐르는 시간을 막연히 바라보기보다 매일매일 새롭게 변화하는 현실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예술관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메마른 일상에 작은 숨구멍을 내어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안정희 작가 작품 [사진=카페 포브]

그가 말하는 ‘바라보기’ 역시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바라보고 느끼고 기억한 뒤 다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작가가 이를 “마치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듯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전시 장소가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카페라는 점도 작품세계와 묘하게 맞닿는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의 공간에서 우연히 그림을 만나고, 잠시 걸음을 멈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에 겹쳐볼 수 있어서다.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안 작가는 개인전과 초대개인전 16회를 비롯해 대구미술제, 계명한국화회전, 단묵여류한국화회전, 현대미술조망전, 화랑협회 아트페어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해왔다. 계명한국화회 선정작가와 대구미술협회 올해의 미술가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안정희 작가 작품 [사진=카페 포브]

거창한 사건만 기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마주친 꽃 한 송이, 창밖의 풍경, 문득 마음을 스쳐간 감정도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을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안정희는 그것을 그림으로 붙잡는다.

그의 그림 앞에 머무는 순간, 관람객은 어느새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흘러가는 오늘을 잠시 붙잡아 세우는 안정희의 ‘바라보기’.

그 그림들이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까”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