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LG전자가 양팔형 홈로봇 'LG 클로이드(CLOiD)'를 앞세워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을 키운다. 로봇 관절부터 배터리, 손, 디스플레이, 통신, AI까지 LG 계열사 역량을 한데 모으는 '원 LG' 전략이다.
전혜정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위원은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로봇 강국, 대한민국 Next Move' 토론회에서 "LG전자는 다음 먹거리로 로봇을 고민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클로이드는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이용해 수건을 접거나 물건을 옮기는 가사 작업을 수행한다. 가전과도 연결해 냉장고 문을 여는 등 로봇 혼자 일하는 게 아니라 가전과 함께 집안일을 처리하는 방향을 그리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왜 로봇만 가서 일을 해야 하나. 가전도 같이 협업해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이라며 갑자기 뛰어가는 아이나 반려동물 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로봇이 처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람에겐 단순한 수건 접기도 로봇에는 어려운 작업이다. 천은 잡는 위치와 힘에 따라 모양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는 눈뿐 아니라 손가락으로 물체를 잡고 힘을 조절하는 정교한 제어가 필요하다.
LG전자는 이 때문에 클로이드에 사람과 비슷한 다섯 손가락을 적용했다. 전 연구위원은 "가정에 들어가 더 자세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섯 손가락이 들어간, 사람을 모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가전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용 액추에이터 '악시움(AXIUM)'을 개발 중이다.
전 연구위원은 "손목은 더 얇은 것, 다리는 더 큰 것처럼 다양한 액추에이터가 들어가야 한다"며 "열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CES에서 수건 접기를 반복 시연하면서 발열 관리의 중요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이드는 LG전자 혼자 만들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LG AI연구원까지 계열사가 역할을 나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이 오래 움직일 수 있도록 고용량·고출력 배터리 시스템을 함께 검토한다. 배터리를 로봇 어디에 배치할지, 충전과 교체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협업 대상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등 센서와 로봇 핸드 기술을 맡는다. 전 연구위원은 "다섯 손가락에 해당하는 촉각까지 포함한 핸드를 만들기 위해 같이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로봇의 표정과 정보를 보여주는 OLED를, LG화학은 경량화와 방수·내열 등에 필요한 소재 기술을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5G와 위치 인식 등 통신을, LG CNS는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로봇의 '두뇌'에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도 활용한다. 전 연구위원은 "LG전자가 혼자 다 가기는 어렵다"며 계열사와 함께 로봇 지능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로봇이 보고 이해한 뒤 실제 행동까지 할 수 있도록 비전·언어·행동(VLA) 모델과 '월드 모델' 등도 개발하고 있다. 실제 환경을 가상 공간에 옮겨 먼저 행동을 학습하고 이를 현실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데이터다. 생성형 AI는 인터넷에 쌓인 텍스트를 활용할 수 있지만 로봇 데이터는 직접 움직여야 얻을 수 있다.
전 연구위원은 "사람이 10시간 모으면 10시간 데이터가 나오고, 수율이 안 나오면 20시간 모아도 10시간 데이터가 나온다"며 "데이터를 모으기가 굉장히 어렵고 비싸고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서울 양재에 '데이터팩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이 로봇을 조작해 실제 제조·분류 작업 데이터를 모으고, 로봇이 공장에 들어가 수행할 작업을 미리 학습시키는 곳이다.
사업화는 제조 현장에서 먼저 시작한다. 사람이 하기 힘든 도색 작업 등을 로봇에 맡기고 LG전자 공장에서 먼저 검증한 뒤 외부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물류의 포장·분류, 상업 공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가정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 전 연구위원은 "LG의 모든 역량을 모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상황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DX, 에이딘로보틱스도 피지컬 AI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그룹의 자동차·부품 기술을 활용해 '토털 로봇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새만금에 로봇 공장과 데이터센터, 로봇 훈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 공장에 먼저 로봇을 투입해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적용처를 넓힐 계획이다.
포스코DX는 제철소처럼 뜨겁고 무거운 설비가 많은 중후장대 제조 현장에 피지컬 AI를 적용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자체보다 크레인과 절단기 등 기존 대형 설비를 센서와 AI로 '로봇화'해 사람이 하던 위험한 작업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로봇 촉각센서 기업 에이딘로보틱스는 '손의 감각'을 강조했다. 이윤행 대표는 "휴머노이드에서 비어 있는 자리는 로봇의 손과 이를 측정하는 감각"이라며 "사람처럼 일을 하려면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촉각·힘 센서와 로봇 핸드를 개발해 사람이 물체를 잡을 때 쓰는 힘까지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사람이 보기엔 달리기보다 쉬워 보이는 빨래 개기가 로봇에는 오히려 어렵다고 설명했다. 로봇이 실제 가정과 공장에 들어가려면 단순히 걷고 뛰는 것을 넘어 물체의 촉감과 힘까지 인식하는 '손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