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노루·금양' 이름만 같아도 뛴다⋯'묻지마 테마주' 기승

'혜인·노루·금양' 이름만 같아도 뛴다⋯'묻지마 테마주' 기승

코스피 상장사 '혜인' 주가·'용혜인' 의원 연관 짓는 '밈' 등장
'황당' 테마로 급등락 재조명⋯태풍 '노루' 당시 '노루페인트'↑
'금양' 호재에 '금양그린파워' 급등도⋯"국장 신뢰도 저하 요인"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종목과 이름이 비슷하단 이유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촌극이 국내 증시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종목이 관련 주로 묶이거나 매수세가 갑자기 몰리는 '묻지마 테마주'가 국장 신뢰도를 흔들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정말 '용혜인' 때문에 '혜인' 주가 폭등?

이번 주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인 발전기 업체 혜인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혜인의 주가 변동성을 최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연결 짓는 '밈'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혜인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80원(9.01%) 오른 1만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63% 상승한 데 이어 이날 더 큰 폭으로 주가가 불기둥을 쐈다.

혜인은 용혜인 후보자가 지명된 지난달 30일 이후 첫 거래일인 31일 2.29% 올랐다. 이후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 논란이 본격적으로 커진 이달 1일과 2일 각각 13%대, 11%대 급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하다가 이날엔 느닷없이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지명 이후 전날까지 주가는 22.94% 밀렸다.

별다른 호재와 악재 없이 주가가 단기간 급등락을 거듭하자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선 용 후보자와 혜인을 연결 짓는 분석이 나와 화제가 됐다. 현재 '용혜인 테마주'라는 명칭도 등장해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혜인은 용혜인 의원과는 무관하다. 1960년 혜인상사라는 최초 사명으로 설립된 혜인은 지난 1988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초대형 동력 장비부터 중대형 건설기계까지 적용이 가능한 발전기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한다. 용 후보자와 지분 관계나 연고 등으로 전혀 엮인 부분이 없는 회사다.

최근 변동성은 용 후보자 지명 전 가파르게 주가가 올랐던 데 따른 차익 실현 때문으로 풀이된다. 혜인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지난달 중순부터 건설주 및 전력기기주와 함께 수혜주로 거론되며 주가가 크게 뛴 바 있다. 8월 초 4200원대였던 주가는 같은 달 19일 종가 기준 11080원을 찍으면서 고공행진했다.

코스피 상장사 혜인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증권 캡처]

앞서 지난달 11일 혜인은 단기과열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18일엔 투자 경고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회사 측은 현저한 시황 변동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공시 규정상 중요한 공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 '이상 급등' 사례 재조명⋯"국장이 국장했다" 자조

'용혜인 테마주' 밈이 부각되자 국내 증시에서 이와 유사했던 주가 변동 사례가 재조명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태풍 '노루' 상륙 당시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 '노루페인트' 우선주 주가가 올랐던 현상이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태풍 노루는 2017년 8월 2일부터 국내로 본격적인 북상을 시작한 뒤 7일을 전후로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수해 복구 관련 기업과 함께 노루페인트 우선주가 같은 기간 급등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당시 노루페인트 우선주는 4거래일(2017년 8월1일~4일) 동안 841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주가가 66.46% 폭등했다. 노루페인트에 별다른 호재성 소식이 없는데도 주가가 갑자기 튀자 태풍 소식이 주가를 올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직접 연관 없이 이름을 이유로 주가가 올랐단 점에서 최근 용혜인 테마주와 판박이다.

호재가 터진 종목과 사명이 비슷하단 이유로 연관성 없는 종목에 매수세가 몰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금양이 개발한 '4695 배터리' [사진=금양]

가령 지난 2024년 금양이 '4695 배터리'를 개발했단 소식에 전기공사 전문 기업인 금양그린파워 주가가 급등했다. 금양그린파워는 2024년 3월 5일 금양의 개발 소식 발표 이후 2거래일 간 24% 넘게 상승했다. 당시 일일 5만주 이하에 머물렀던 거래량도 400만주를 넘어가는 등 급격한 매수세가 몰렸다.

심지어 발표 당일 24%대 상승했던 금양의 주가는 이튿날 5%대 하락 마감했다. 반면 금양그린파워는 호재의 주인공인 금양이 떨어진 날에도 15%대 상승 마감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시장의 관심이 적었던 금양그린파워의 종목 토론방에선 금양이랑 금양그린파워를 헷갈렸거나 같은 금양 계열사라는 착각이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는 것 같단 뒷말이 나왔다.

2023년 말엔 대동이 포스코와 첫 공급계약 소식을 공시한 뒤 종목명이 비슷한 대동전자, 대동스틸이 동반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기업 역시 금양·금양그린파워와 마찬가지로 같은 계열사가 아닐 뿐더러 지분 및 거래 관계가 없던 곳들이다.

'묻지마 테마주'가 반복되고, 또 실제로 여기에 편승하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사실에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주로 국장에 투자한다는 한 개인 투자자 사모씨는 "전 세계에서 투자 난도가 가장 높은 시장이 국장이란 우스갯소리가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이래서 '국장이 국장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정치 테마주도 같은 맥락"이라며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라고 할지라도 수급이 받쳐주면 주가가 오르기에 비이성적인 테마주가 반복된다"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국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투자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