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 350여곳 2차 지방이전에 본격 착수하면서 기관들이 떠난뒤 남게 될 서울·경기 핵심입지 활용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에 위치한 공공기관 부지를 주택과 업무·상업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개발에 활용할 경우 수도권 도심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일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 공공기관 잔류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아래 올해 4분기까지 구체적인 이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을 대상으로 이전계획을 확정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중앙행정기관 경우 내년 상반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을 시작으로 세종이전이 추진된다.
공공기관 이전이 현실화하면 기관이 사용하던 수도권 청사와 부지는 새로운 개발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2차 이전에서 핵심변수는 기관들이 비우게 될 땅을 어떤방식으로 처분하고 개발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이전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매각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주거·업무·산업 등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용도지역이나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한 경우 개발이익과 기부채납 규모를 둘러싼 협의가 사업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과정에서도 종전부동산이 단순 청사매각을 넘어 도심 주거 및 첨단자족시설 공급부지로 전환된 전례가 있다. 경기 안양시 평촌 도심에 있던 옛 국토연구원 부지가 대표적이다.
국토연구원이 세종시로 이전한 뒤 해당부지는 최고 48층 규모 주거형 복합 오피스텔(평촌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로 재개발돼 도심 직주근접 공급원 역할을 했다.
성남 한국도로공사 이전부지 역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로 편입되며 청년 창업지원주택과 ICT산업이 결합된 복합 클러스터로 탈바꿈했다.
반면 민간매각에 치중할 경우 개발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부지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 10조55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감정가 3조3346억원의 세 배를 웃도는 금액이었다.
이후 대규모 복합개발이 추진됐지만 용도변경에 따른 공공기여와 설계변경 등을 둘러싼 협의가 이어지면서 사업기간이 크게 길어졌다.
당초 1조7491억원으로 산정됐던 공공기여금은 사업 장기화와 물가상승 등으로 2조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늘어났고 105층 타워에서 55층 복합단지로 설계변경 과정에서도 추가협상이 이어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LH 오리사옥은 용도제한이 종전부동산 매각 걸림돌이 된 대표사례다. 대지 3만7998㎡, 연면적 7만2011㎡ 규모 오리사옥은 분당선 오리역과 맞닿은 대형부지지만 업무·문화·산업시설 중심으로 용도가 제한되면서 매각이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까지 무려 16차례나 매각이 유찰되며 10년 넘게 도심속 유휴자산으로 방치됐다. 최근 성남시가 오리역세권 일대를 '제4테크노밸리' 복합개발 대상지로 지정해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에 나서면서 비로소 출구찾기에 돌입한 상태다.

2차 이전에서 주택공급 잠재력이 가장 큰 곳으로는 수도권 대규모 부지를 보유한 레저·체육 및 에너지 공기업들이 꼽힌다. 대지면적만 약 115만㎡에 달하는 경기 과천시 한국마사회(렛츠런파크) 부지는 이전논의가 가시화할 때마다 수도권 동남권 최대 주택공급 후보지로 거론되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 한국체육산업개발 등 체육 유관기관 부지 역시 강남권 직주근접 공공주택 공급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분당 1기신도시 재정비와 맞물려 주거·복합시설 공급효과가 큰 경기 성남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부지와 판교 배후 주거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백현동 한국석유관리원 부지 등도 이전이 성사될 경우 막대한 도심 공급 파급력을 가진 알짜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2차 공공기관 이전성패는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남겨진 종전부동산을 어떻게 처분·활용하고 이를 통해 이전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에 앞서 실제로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 기존 부동산 매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기관별로 별도회계로 예산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부지를 매각해 이전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종전부동산을 공공 재원으로 매입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고 민간에 매각하더라도 매각과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종전부동산을 어떤 방식으로 매각하고 이전할 것인지에 대해 재정과 부지활용,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