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지난 3일 서울 성수동 '시몬스 갤러리 성수'. 건물 외관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천 위에 적힌 'SIMMONS'와 'The breath before inspiration(영감이 태어나기 전의 숨)'이라는 문구만이 이곳이 시몬스 행사장임을 짐작하게 했다.

내부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더욱 낯설어졌다. 공간은 캄캄했고, 두 개의 화면에는 눈동자가 천천히 깜빡이는 영상이 반복됐다. 직원은 관람객의 이름을 확인한 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스푼을 건넸다. 어둠 속에서는 직원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스푼을 받아 들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연기가 자욱한 공간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을 꿈속으로 인도해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관람객을 다음 공간으로 이끌었다. 예상하지 못한 등장에 주변에서는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곧이어 펼쳐진 메인 공연에서는 여러 명의 무용수가 절제된 동작을 반복하며 공간을 채웠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무용수들은 정해진 공간에서만 움직이지 않고 관객 사이를 오가며 공연을 이어갔다. 관람객이 작품을 멀찍이 바라보는 대신 공연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시몬스가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6' 기간에 맞춰 선보인 이머시브 아트 프로젝트 현장 모습이다. 행사는 3일부터 5일까지 단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시몬스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을 직접 전시하는 대신 미디어 아트와 현대무용, 공간, 음악, 미식 등을 결합해 브랜드가 말하는 '숙면 이후의 영감'을 공감각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시몬스는 뷰티레스트 블랙을 '숙면한 다음 날 새로운 영감이 태어나는 창조의 캔버스'로 재해석했다. 침대를 보여주는 대신 꿈과 영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구현한 셈이다.
퍼포먼스는 3층에서도 이어졌다. 길게 늘어선 테이블 앞에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자 검은 의상의 진행요원들이 접시를 들고 일제히 움직였다. 접시를 내려놓거나 치우고, 샴페인을 따르는 순간까지 여러 사람이 같은 동작과 속도를 유지했다. 식사 서비스 역시 공연의 일부처럼 연출됐다.
관람객 앞에는 한입 크기의 음식이 놓였다. "모든 영감은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된다"며 "어둡고 비옥한 토양을 뚫고 새로운 감각이 태어나는 순간을 표현했다"라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입장할 때 받은 '영감의 스푼'으로 음식을 떠먹도록 한 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였다.
시몬스는 그동안 제품 자체를 앞세우지 않는 이색적인 브랜딩을 이어왔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매트리스를 진열하거나 제품 기능을 설명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거리를 뒀다. 이번 행사의 일반 관람객 대상 사전 예약은 포털사이트에서 시작 1분 만에 마감됐다.

김민수 시몬스 대표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선물하는 숙면은 일상에 영감을 채우고, 그 영감으로 시작된 하루는 하나의 예술로 승화한다"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한가운데서 이 같은 여정을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로 풀어냈다"고 말했다.
국내 침대업체가 프리즈 서울 기간에 별도의 아트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침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숙면과 영감을 연결한 예술적 경험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준 셈이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