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밖의 로봇, 여권형 (접는)폴더블폰, '떠 있는 화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제품 디자인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은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 기자간담회에서 "디자인 관점에서 로봇은 본질적으로 인공지능(AI)의 물질화"라며 "많은 기업이 휴머노이드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머노이드부터 집과 자동차에서 움직이며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기기까지 전체 범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사장) 직속으로 '로봇경험(RX)사업추진실'을 신설한 상태다. 흩어진 로봇 기술을 모아 중장기 전략부터 기술 개발, 사업화까지 맡긴 조직이다.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제품도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 네 발로 움직이는 사족보행로봇, 공장·물류시설을 오가는 자율주행로봇(AMR) 등 쓰임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포르치니 사장은 로봇의 모습이 달라져도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기능적으로 편리하면서도 감성적인 '끌림'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서도 디자인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 Z 폴드8'은 여권에서 착안한 새로운 형태를 적용했다. 접었을 때 한 손으로 잡기 쉽고 펼치면 넓은 화면을 쓸 수 있도록 비율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폴드8의 사전판매 비중이 전체 신형 폴더블의 약 70%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포르치니 사장은 "주머니에 쉽게 넣을 만큼 컴팩트하면서 펼치면 충분히 넓은 화면을 쓸 수 있다는 균형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TV도 기존의 검은 직사각형 화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6년형 OLED TV 'SH95'는 얇은 화면이 메탈 플레이트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트 레이어 디자인'을 적용했다. 화면 테두리를 감추는 데 집중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TV의 구조와 소재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드러냈다.

AI가 들어오면서 TV의 역할도 바뀔 것으로 봤다. 포르치니 사장은 "TV는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디스플레이에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AI 기기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TV·냉장고·스피커가, 밖에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이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AI 기능을 이어가는 식이다.
삼성전자가 디자인으로 제품의 흐름을 바꾼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2006년 와인잔을 연상시키는 곡선 디자인의 '보르도 TV'를 내놓은 해 삼성전자는 처음 세계 TV 시장 1위에 올랐다. 이후 2025년까지 20년 연속 1위를 이어갔다.
포르치니 사장은 약 20년 전 구입한 삼성전자 TV와 흰색 서라운드 스피커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디자인과 AI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DX부문의 어려운 경영 상황도 있다. DX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삼성전자는 AI 전환과 로봇 등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DX를 비롯한 세계 가전·완제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디자인으로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는 질문에 포르치니 사장은 "좋은 디자인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지를 보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며 "근본적으로 사람의 니즈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기능만 좋아서는 부족하다고도 했다. 형태와 색상에서 눈길을 끌고 실제 사용했을 때도 '와우(Wow)'라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디자인 조직도 변하고 있다. 포르치니 사장은 자신의 CDO 직책에 대해 "1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자리"라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