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미래를 위한 기금이 지방의 미래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을 향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미래산업과 청년 등에 투자하기 위한 기금 조성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정부에 돌아가야 할 지방교부세까지 줄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는 정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현행 기준과 비교해 대구의 보통교부세가 약 7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다.
추 시장은 3일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7년 미래대응기금 운용계획’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지방재정 자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운용방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추 시장이 제시한 정부 계획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 세수 등을 활용해 약 162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53조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4대 분야 등에 투입한다.
추 시장은 미래에 대비한 전략적 투자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그가 반대한 것은 ‘돈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다.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로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도 지방교부세는 올해보다 약 32조원 늘어난 10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
하지만 미래대응기금 재원 조성계획이 시행되면 지방교부세가 현행 기준보다 전국적으로 약 30조5000억원 줄어들고 대구 역시 보통교부세 기준 약 7000억원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대구시의 추계다.
7000억원은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다.
대구시 입장에서는 지역 현안사업과 복지·안전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운용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세입이 줄어든 상태에서 기존 사업을 유지하려면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추가적인 지방채 발행 등으로 부족한 재원을 메워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특히 인구 감소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자체 세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수도권 지자체에는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추 시장의 주장이다.
추 시장은 대안도 제시했다.
내국세 가운데 현행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지방에 배분하도록 돼 있는 재원을 먼저 지방에 배분한 뒤 나머지 증가 재원을 활용해 중앙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시장은 “지방재정 관련 법들을 개정해 지방 몫의 재원을 빼앗아 미래대응기금으로 가져간 후 중앙정부가 정한 사업에 다시 배분하는 방식은 지방자치의 취지와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가운데 지방계정으로 15조3000억원을 편성해 지역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추 시장이 문제 삼는 것은 결국 ‘얼마를 지방에 주느냐’ 못지않게 ‘누가 그 돈의 사용처를 결정하느냐’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역 사정과 우선순위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인 반면 중앙정부의 기금은 정부가 정한 기준과 목적에 따라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인구구조와 산업, 교육·주거·교통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지역별 현안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추 시장은 이를 정부가 강조해 온 ‘지방 주도 성장’과도 연결했다.
그는 “내국세 수입 증가분 중 지방교부세로 내려보내야 할 재원까지 중앙정부 기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지방정부를 불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방의 문제는 지방이 가장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며 그 해결 방향 역시 지방이 가장 잘 찾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결국 ‘미래투자를 위한 국가재정의 효율성’과 ‘지방정부의 재정 자주권’ 가운데 어떻게 균형점을 찾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압축된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미래투자를 위해 재정을 전략적으로 집중할 필요성을 내세울 수 있지만,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법정 배분재원이 줄고 중앙정부의 사업별 배분재원이 늘어난다면 재정운용의 자율성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
특히 대구시가 제시한 7000억원 감소 추계가 정부의 최종 제도 설계 과정에서 실제 어느 정도로 반영될지가 향후 논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추 시장도 정부에 각 지자체별 재정 영향부터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추 시장은 “미래대응은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파트너로서 지혜를 모아야 할 국가적인 과제”라며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현행 기준 대비 각 지자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정부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상생 가능한 운용방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입장문은 ‘미래’를 위해 만든다는 162조원 규모의 기금. 그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면 그것을 과연 ‘지방의 미래’를 위한 재정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추 시장이 정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고 풀이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