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방사능 영향이 없었다는 것과 주민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인 경북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도 지역 주민들이 3주가 지나도록 이를 알지 못했다는 지적이 경북도의회에서 터져 나왔다.

사고의 방사능 영향 여부를 넘어 ‘원전 주변 주민에게는 언제,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가’라는 원전 안전의 기본 원칙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도의회 김재준 의원(울진)은 제365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최근 발생한 한울원전 6호기 붕산수 누출 사고와 관련한 한국수력원자력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고 경북도의 독자적인 원전 감시·현장조사 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3일 한울원전 6호기 사용후핵연료 이송 과정에서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붕산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의원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사고 이후의 대응이다.
사고 발생 후 3주가 지나도록 해당 사실이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한수원의 사고 공개와 주민 통보가 지나치게 늦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핵심은 실제 방사능 피해가 발생했느냐만이 아니라 원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주민들이 신속하게 알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방사능 영향이 없었다는 것과 주민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원전 안전은 모든 상황을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신한울 2호기 고방사선 경보와 기체 방사성물질 배출 당시에도 주민 통보가 늦어 논란이 발생했던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도 불과 1년여 만에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한울 6호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못지않게 ‘왜 주민에게 신속하게 알려지지 않았느냐’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의 원전 밀집도를 감안하면 문제의 무게는 더 커진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이 제시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북지역 원전 고장·사고는 한울 26건, 월성 23건으로 전국 원전단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북에는 현재 전국 가동 원전 26기의 절반인 13기가 밀집해 있다.
김 의원은 “가장 큰 위험을 감내하고 있는 지역인 만큼 그에 걸맞은 가장 강력한 안전 감시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처럼 사고가 발생한 뒤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와 발표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안고 살아가는 경북도가 정작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없다면 주민 불안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사고 규모와 관계없이 주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하고 경북도가 독자적으로 원전을 감시하고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반복되는 인적 오류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지대책과 원전 안전 관련 기관의 경북 이전도 함께 촉구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결국 원전 안전관리에서 ‘누가 판단하고, 누가 확인하며, 주민에게 언제 알릴 것인가’라는 권한과 책임의 문제로 이어진다.
한수원과 원안위 중심의 기존 관리체계에 원전 소재 지방정부의 감시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특히 전국 가동 원전의 절반을 안고 있는 경북이 위험 부담에 상응하는 감시 권한까지 가져야 한다는 요구는 향후 원전 소재지역의 지방분권 문제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의원이 요구한 경북도의 독자적인 현장조사권을 현실화하려면 현행 원자력 안전규제 체계와 중앙정부·원안위의 권한 관계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원전 안전이라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숨김없이 신속하게 알리는 것은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경북도의회 원자력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원자력은 기술로 만들지만 안전은 원칙과 신뢰로 만들어진다”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