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중증외상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현지 의료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한국의 외상치료 기술이 필리핀에 전수됐다. 교육을 받은 현지 의료진의 평가 점수는 평균 54%에서 89%로 크게 높아졌다.
단국대병원은 충남 권역외상센터 장성욱 센터장과 조정래 교수가 지난달 11일부터 14일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사업의 하나로 필리핀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중증외상 소생술과 응급초음파 교육을 진행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이 진행된 곳은 필리핀 동부사말주 기안에 있는 펠리페 아브리고 메모리얼 병원(Felipe Abrigo Memorial Hospital·FAMH)이다.

이 병원은 지역 공공병원으로 5개 지방자치단체와 10만 명이 넘는 주민에게 1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진료권에 비해 전문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초음파 진단 인력도 상시 배치되지 않아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진단과 초기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단국대병원 의료진은 현지 의료진이 외상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고 초기 처치를 시행한 뒤 상급 의료기관으로 옮길지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실전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췄다.
교육에는 현지 의사 5명을 비롯해 간호사와 방사선사 등 모두 11명이 참여했다.
이론교육에서는 중증외상환자의 초기 평가와 소생술, 외상성 쇼크 대응, 흉부·복부 외상과 대량 출혈 환자의 응급처치, 다발성 외상환자의 중증도 분류 등을 다뤘다.
고난도 외상처치에 대한 교육도 진행됐다. △복막전 골반 패킹(Preperitoneal Pelvic Packing) △소생 개흉술(Resuscitative Thoracotomy)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REBOA) 등 중증 출혈과 심정지 상황에서 활용되는 전문 술기의 원리와 적용 방법을 설명했다.

술기교육은 팀 단위 실습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확장형 외상초음파(e-FAST)를 활용해 기흉·혈흉과 복강·심장 주변의 내부 출혈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방법을 직접 연습했다.
긴장성 기흉 환자의 응급처치를 위한 바늘감압술과 흉강삽관술, 지혈대·골반고정대를 활용한 출혈 관리, 초음파 유도 혈관확보 등도 실습했다.
실제 응급실 상황을 가정한 팀 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다발성 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상황을 설정한 뒤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가 역할을 나눠 환자 평가와 검사, 응급처치를 수행하도록 했다.
개별 의료진의 술기뿐 아니라 응급상황에서 직종 간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신속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까지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교육 효과도 수치로 확인됐다. 참여 의료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 평균 정답률은 교육 전 54%에서 교육 후 89%로 35%포인트 상승했다.
술기 자신감은 5점 만점에 평균 4.1점을 기록했다. 전반적인 교육 만족도와 동료에게 교육을 추천할 의향을 묻는 평가에서는 각각 5점 만점을 기록했다.
현지 의사 이안 미구엘 E. 가브리노(Ian Miguel E. Gabrino)는 “골반고정대 적용과 흉강삽관, 초음파 유도 혈관확보 등 평소 부족했던 술기를 직접 실습하며 자신감을 얻었다”며 “한국의 선진 외상 의료기술을 전수해준 데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단국대병원은 일회성 현지 교육에서 나아가 현지 응급의료체계가 스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성욱 충남 권역외상센터장은 “현지 의료진의 높은 교육 열정과 외상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단순한 파견 교육을 넘어 지속적인 사후 모니터링과 현지 핵심 인력의 한국 초청 연수, CT 등 정밀진단 장비 지원 연계를 통해 현지 응급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천안=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