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성범죄와 살인 혐의를 분리 수사·송치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주 전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검은 전담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2일 박 전 본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성폭력범죄수사계장 등 장윤기 살인사건 당시 국수본 수사라인에 있던 간부 3명도 이날 박 전 본부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본부장은 사건을 초동 수사한 광주경찰청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병합수사' 및 '병합송치' 건의를 수차례에 걸쳐 묵살하고 장윤기의 '스토킹·강간사건'과 '고(故) 이채원양 살인 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국수본 지휘라인을 통해 광산서에 지시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광산서 수사팀은 이 양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장윤기가 범행 2일 전인 지난 5월 3일, 장윤기가 평소 알고 지내던 베트남 국적의 여성 A씨 주거지에 침입해 그녀를 성폭행하고 스토킹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건을 정식으로 접수하지 않고 현장 종결하고 '사후 콜백'(Call-back)을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 원칙상 스토킹 범죄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고 시각으로부터 24시간 내 신고자의 안전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광산서 수사팀은 A씨 사건과 이 양 사건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고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현직에 있던 박 전 본부장이 이를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두 사건을 서로 다른 부서에서 따로 수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박 전 본부장은 예정된 장윤기의 신상공개, 수사 및 검찰 송치 과정에서의 공보 등을 통해 전체적인 범행 경과, 선행 '스토킹·강간 사건'과 후행 '살인 사건'의 관련성이 드러나는 것을 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수본 실무진들은 박 전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광산서 수사팀의 수차례에 걸친 두 사건의 병합 수사 및 병합 송치 건의를 모두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씨에 대한 사건은 광산서 여성청소년수사과에서 따로 수사가 진행되다가 광주지검 검사의 송치 요청에 따라 같은 달 14일 이 양 사건 송치 이후인 22일 별건으로 송치됐다. 검찰은 "결국 그에 따라 광산서 수사팀은 '살인 사건'의 동기와 성범죄 목적 등의 규명에 필요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A씨와 이양 사건에 앞서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처리과정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을 두고 국민적 비판여론이 거세자 박 전 본부장이 부담을 느끼고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판단했다.
김훈은 2025년 5월 결별을 요구한 피해자를 폭행해 갈비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었다. 이후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 등을 요구하며 스토킹하다가 2026년 3월 14일 남양주시 오남읍 도로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검찰은 이를 보복살인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김훈의 이력 등에 비춰 피해자에 대한 범죄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나 경찰은 적극적으로 김훈을 격리하지 않고 조사 일정을 연기하는 등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격리에 중대한 허점wja을 드러냈다. 이후 구리경찰서장과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등을 포함한 16명이 징계에 회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6일 사건을 보고받은 뒤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며 엄하게 질타하고, 책임자 감찰과 엄정한 조치를 지시했다. 이어 3월 19일 직접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최근 남양주에서 피해자의 긴급 요청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응 때문에 끔찍한 범죄를 막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경찰 대응을 공개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급청의 수사지휘권은 수사의 적법성 보장, 실체적 진실 규명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조직의 과오 은폐나 비난 회피 등 그와 무관한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그러나 박 전 본부장 등은 경찰 조직의 과오 은폐, 여론 비난 및 질책 회피 등을 목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여 정당하게 진행되던 수사를 가로막았고, 실제로 상당 기간 '스토킹·강간 사건'에 대한 초동조치 미흡과 '살인 사건' 발생 간의 관련성이 은폐됐다"고 밝혔다.
신태훈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 전 본부장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검찰이 경찰 수사를 왜곡 폄하했다고 했다. 그는 기소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발표로 인해 경찰의 수사가 지나치게 왜곡 또는 폄하되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전 본부장은 "왜곡 축소 또는 부당한 지시를 할 필요도 아무런 이유도 없는 저로서는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기능별로 철저히 수사할 것, 사건의 성격상 보안을 유지할 것 등 지극히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지시를 하였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저를 비롯한 국가수사본부가 경찰조직의 부실대응을 은폐하고 여론의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분리수사를 지시하여 필요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했다는 식의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논리구성은 결코 인정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