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수요에 맞춰 팹(공장) 증설을 앞당기면서 미국과 일본 등 신규 공장의 입지 조건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테슬라 등 AI 고객과 가깝고 대규모 보조금을 제공한다. 일본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전력·용수에 정부의 현금성 지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해외 투자에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의 고강도 반도체 관세를 의식해야 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정부가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독려하고 있어서다.

日, 소부장·용수 탄탄…'현찰 지원'도
일본은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밀집해 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세대 제품인 HBM4 베이스다이(HBM 맨 아래층) 생산을 맡긴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도 구마모토에 공장을 운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 마이크론은 히로시마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크다. TSMC 구마모토 1·2공장에 최대 1조2080억엔(약 10조32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마이크론 히로시마 증설에도 최대 5000억엔(약 4조2700억원)을 투입한다.

키옥시아도 요카이치와 기타카미 공장에서 낸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낸드 시장 경쟁사인 동시에 간접투자로 키옥시아 지분도 14%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낸드 점유율을 합치면 1위 삼성전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야기현도 반도체 공장에 적합한 입지를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현 측은 센다이 인근 30만㎡ 이상 부지에 충분한 공업용수와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미야기현은 SK하이닉스 투자설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일본 전역을 보고 있다"며 "전력과 물이 좋은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美, AI 고객 가깝고 보조금도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를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으로 키우고 있다. 올해 말 1공장 가동에 이어 2공장을 연말 착공해 2030년 양산할 계획이다.

테일러는 엔비디아·테슬라 등 미국 AI 고객과 가깝다. 테슬라 차세대 'AI5' 칩도 삼성전자 2나노 공정으로 이곳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텍사스 투자에 최대 47억4500만달러(약 6조4800억원)를 직접 지원한다. 공장 투자비 일부를 현금성 보조금으로 지원받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에서 첫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한국에서 만든 D램을 현지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적층·패키징해 2029년 3분기 다음 세대 제품인 HBM4E(7세대)를 양산한다.

인디애나는 엔비디아 등 고객과 가깝고 퍼듀대를 통한 연구개발(R&D)·인력 확보도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30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약 68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한다.
경쟁사도 증설…"美 관세 압박·정부 투자 기조도 봐야"
글로벌 증설 경쟁도 거세다. 올해 말 D램 웨이퍼(반도체 원판) 월 생산능력은 삼성전자가 72만장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SK하이닉스 59만5000장, 마이크론 38만5000장, CXMT 35만장으로 추산된다.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에서 신규 공장을 짓고 일본 히로시마에서도 D램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CXMT도 허페이 공장 2곳과 베이징 공장 1곳에 이어 베이징 추가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국내외 증설을 서두르고 있지만 투자지를 정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최근 고강도 반도체 관세를 예고하며 현지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용인과 광주 등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공장을 추가할 경우 입지 조건뿐 아니라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내 투자 기조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석 가천대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는 "새 공장을 지으려면 전력과 용수뿐 아니라 소부장 생태계까지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해외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핵심 전공정은 국내에 두고 용인과 호남 클러스터를 우선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