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빈자리 ESS가 채운다…K배터리 3사, 美서 새 성장축 확보

전기차 빈자리 ESS가 채운다…K배터리 3사, 美서 새 성장축 확보

AI 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확대로 美 ESS 시장 급성장
SK온·LG엔솔·삼성SDI, 북미 EV 생산거점 ESS·LFP로 전환
中 배터리 관세·PFE·전력망 규제 강화…현지 생산 K배터리 반사이익 기대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고전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따라 미국의 전력 저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계 공급망과 외국산 전력설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온]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 파워와 2027~2031년 총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물량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양사는 연내 추가 9GWh 규모의 셀 사급 및 배터리 팩 구매 협력도 추진하고 있어 전체 협력 규모는 최대 18GWh까지 확대될 수 있다.

최대진 SK온 ESS사업실장(오른쪽)과 스티브 본드 네오볼트 파워 사장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관훈캠퍼스에서 ESS용 배터리 셀 공급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美 ESS 급성장⋯K배터리, 북미 생산거점 활용

미국 월별 배터리 저장설비 용량. [사진=미국 에너지정보청]

미국 ESS 시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유틸리티급 배터리 저장설비 용량은 최근 3년간 연평균 70% 증가했다.

지난해 말 43.6GW였던 설비용량은 올해 상반기 8.3GW가 추가돼 약 52GW로 늘었다. 계획된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될 경우 향후 2년 반 동안 약 54GW가 추가될 전망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북미 생산설비의 가동률 부담을 안고 있는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ESS를 새로운 수요처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가동한 미국 미시간 랜싱 공장을 포함한 북미 생산거점을 활용해 연말까지 ESS용 LFP 배터리 셀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도 확보하며 북미 ESS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랜싱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4분기 현지에서 LFP 기반 ESS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2조원 이상 규모의 ESS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도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추가로 확보했다.

美, 중국 배터리 견제 강화…현지 생산 K배터리에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공급망·전력망 규제 강화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ESS 사업 확대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전력망 안보를 이유로 특정 외국 주체와 연계돼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는 외국산 전력설비의 취득·수입·이전·설치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서 규정한 '대규모 전력시스템 전기장비'에는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도 포함됐다.

다만 이를 중국산 ESS에 대한 즉각적인 전면 수입금지 조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향후 세부 규정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어떤 국가와 기업, 제품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등 특정 국가와 연계된 배터리 및 전력망 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심사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국내 업체들에 유리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삼성SDI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 전경. [사진=삼성SDI]

세제와 관세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31일 이후 건설을 시작한 에너지저장장치가 금지외국주체(PFE)로부터 '물질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판정될 경우 청정전력 투자세액공제(48E)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 부담도 커졌다. 2024년 확정된 무역법 301조 조치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되는 추가관세율도 7.5%에서 25%로 높아졌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LFP 배터리와 ESS 시장을 장악해 온 만큼 미국의 관세·공급망 규제가 강화될수록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미국 내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을 ESS용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신규 공장 건설 없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의 중국계 공급망 규제 강도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전력 수요 증가세가 북미 ESS 시장의 성장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