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쇼크에 발목 잡힌 코스피⋯'고PER' 유탄 불가피

美 국채쇼크에 발목 잡힌 코스피⋯'고PER' 유탄 불가피

중동 긴장 고조에 '美 10년물'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
"재정 신뢰 회복·장기채 공급 축소해야 추세 전환 가능"
국내 기술주·성장주 '직격타'⋯반도체·2차전지·제약·바이오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미국발 장기금리 급등이 코스피 반등세를 하루 만에 꺾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2조원 가까이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2차전지·제약·바이오 등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를 중심으로 추가 조정 가능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73.08포인트(3.99%, p) 내린 6562.72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830선까지 올랐으나 하루 만에 다시 6600 아래로 물러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제작]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이 이날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1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공습하면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2% 오른 90.2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채 금리도 치솟았다. 같은 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8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79%로 거래를 끝냈다. 장중에는 연 4.8%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와 대규모 국채 발행이 금리 상승 압박을 심화했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공급을 대폭 늘려왔다. 이에 장기채 가격이 낮아지고 일종의 '기간 프리미엄'인 금리는 오르면서 상승 추세가 이어졌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AP/연합뉴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기 금리는 재정 적자, 국채 순공급과 기간 프리미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며 "미 재무부는 3분기 순시장성 차입액을 7390억 달러, 4분기를 628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금리의 추세적 하락을 위해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종료뿐만 아니라 재무부의 쿠폰채(이자가 지급되는 정기 국채) 공급 억제, 재정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주식보단 채권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는 시점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관측된 바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9000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번 주 직전 2거래일 동안 순매도 규모 8889억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기관도 2조438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더했다. 저가 매수를 노린 개인만 2조3029억원을 사들였다.

'고PER' 반도체·2차전지·제약·바이오 직격타

장기채 고금리 기조로 인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술주 및 성장주 주가엔 적신호가 켜졌다. 장기 금리 상승은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에 대한 할인율을 끌어올린다.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현재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높은 섹터는 금리 부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2차전지, 제약·바이오 등 종목이 장기채 고금리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목은 국내 양대 지수 내 비중이 높은 주도주란 점에서 향후 지수 하방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영업일 기준 KRX반도체 지수(35개 종목)의 평균 PER 배수는 24.24로 집계된다. 이는 전통 제조업군인 KRX자동차(20개 종목) PER 9.87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코스피 평균 PER 18.68도 웃돈다. 주요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67개 종목) PER은 68.29 수준이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 18일 미국 30년물 국채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도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5%대 내렸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도 6%대 밀렸다. 삼성전자도 2%대 하락했다. 주요 종목이 밀리며 당시 코스피는 1.55%, 코스닥은 3.55%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는 장기채 금리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투자자들은 종목별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구경회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는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보다는 자산운용 수익률 방어력이 높거나 견조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업종으로 수급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며 "매크로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실적 가시성이 투자 성패를 가르는 핵심 잣대"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