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손정은 기자] 약사들이 다시 뿔났다. 이번에는 비대면진료 약 배송 확대다. 정부가 추진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 시작도 전부터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결사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거세다.
올 연말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함께 의약품 배송 대상을 비대면진료 환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쟁점이다. 쉽게 말해 비대면으로 진료, 처방, 약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이에 약사들은 비대면진료라도 약 수령은 반드시 약국에서 대면으로 해야한다며 맞서고 있다.
약사들은 배송과정에서 조제약의 변질 가능성, 약물 오남용 우려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탈모약, 다이어트약, 여드름약 등 비급여 의약품의 무분별한 처방·배송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약을 안전하게 받아 복용할 수 있도록 조제약 품질관리, 환자 수령 여부 확인 및 복약 지도 등 세부 사항 검토도 병행한다는 방안이다.

사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은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사안이다. 실제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진료 환경을 경험한 의약사 상당수가 약 배송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2023년 비대면진료 경험 의사 100명, 약사 100명, 환자 1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의사 79%, 약사 85%, 환자 76.5%가 약 배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약사 상당수가 약 배송이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 대해 약사들의 반발이 거센 배경을 보면 일정부분 납득이 간다. 최근들어 약사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이 소위 '침해' 당한다고 여겨지는 환경에 맞딱드려왔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입점과 창고형 약국이다. 이때마다 약사들은 필사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이소에 건기식이 입점하기 시작하자 특정 제약사 대상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일부 기업이 철수하기도 했다.
창고형 약국이 생겨나자 의약품을 쇼핑하듯 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비난했다. 결국 최근 약사법 개정안을 통해 '창고'라는 단어를 쓸 수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결과를 거머쥐긴 했다.
의약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과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약사들의 목소리에 여론의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도 공감할만한 설득이 부족해서다.
AI로 건강을 체크하고 나에게 맞는 영양제가 무엇인지, 처방받은 의약품의 부작용은 없는지 스스로 찾아보는 '셀프메디케이션(Self-medication)' 트렌드 속에서 "우리가 전문가"라고만 외치는 목소리는 힘이 부족하다. 시대에 맞는 설득방식을 찾아야한다.
/손정은 기자(jes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