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미국발 국채금리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특히 금리 민감도가 높은 반도체 종목의 주가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오후 12시 23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17.90(3.19%, p) 내린 6617.90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도 10.01(1.22%) 하락한 811.24를 가리키고 있다.

코스피는 지수 '7000선' 고지를 바라보다 장기채 금리 급등이란 복병을 만났다. 1일(현지시간) 주요국 국채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8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79%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연 4.8%에 근접하며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간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영향이다. 미국 중부사령부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타격하자 같은 날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5.2% 급등한 90.22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부담이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우자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지난달에도 국내 증시는 미국 30년물 국채가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까지 오르면서 반등세가 꺾인 바 있다. 곧바로 미국 재무부는 장기 국채 10~30년물 대상 개별 바이백 규모를 기존 200억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늘리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잠시 진정된 장기 국채는 중동 전쟁 리스크라는 악재를 마주한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물가 불안이 더욱 확대된 양상"이라며 "일본 국채 금리도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기록했고, 영국과 독일 등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장기채 금리 뛸 때마다 외인 '매도 폭탄'
시장은 외국인 매도세에 주목한다. 외국인은 지난 7월 국내 증시에서 9조8140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순매도 규모는 12조170억원으로 월간 기준 매도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안전 자산인 미국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성이 짙어진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가파르게 빠져나갈 경우 지수도 하방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장기채 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질 때마다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을 던져왔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미국 국채 10년물이 연 4.41%까지 상승하자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하루에 2조877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튿날 순매도 규모는 3조3999억원이다. 6거래일(3월26일~4월2일) 동안 팔아치운 물량은 12조9256억원에 달했다.
지난 5월 15일 또다시 10년물이 급등하며 연 4.25%를 기록했을 때도 외국인은 하루에 5조608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튿날 금리는 4.62%까지 상승했다. 당시 외국인은 15일부터 27일까지 7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매도 규모는 19조9315억원으로 집계된다.
삼전닉스 '장기채 고금리' 유탄 맞나⋯"자사주 매입 안전판"
외국인 비중이 높은 대형 반도체주가 장기채 고금리 쇼크의 직격타를 받을 전망이다.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미래 성장에 의존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반도체 등 기술주와 성장주 투자심리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대형 반도체주는 시총 비중이 높단 점에서 국내 지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올 3월 중순 '20만 전자'가 깨졌던 삼성전자는 10년물 금리 급등 이후 월말까지 종가 기준 16만원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5월 중 최대 낙폭(8.61%)을 기록했던 15일 역시 금리 쇼크 여파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도 3월 초까지 100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가 같은 달 80만원대까지 내려온 배경으로도 장기채 금리 상승이 꼽힌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양사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현재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 매입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이 매수세가 최근 지수 하방 저지 효과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목표치(200만주·15조원) 대비 진행률은 23.8%(3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는 목표치(65만주·40조원)와 비교해 24.4%(9조7000억원)를 집행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각 수급 주체가 각자 이유로 매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탄력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현재 자사주 매입 속도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3분기 실적 시즌인 10월 중순 전까지 한 달 정도의 수급 안전판은 가지고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시장에서는 연내 미 10년 물 금리의 5.0%대 진입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며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불확실성 구간이므로 기존 주식 비중을 유지하면서 관망 혹은 추가 급락 시 분할 매수를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