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증발했다.
주주들의 반발은 단순한 지분가치 희석 우려를 넘어 자금조달 방식과 인수 전략의 적정성을 향하고 있다. 현금과 차입을 활용하겠다던 계획을 한 달 만에 뒤집은 데다 최근 신규 수주 증가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보다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 중장기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지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삼성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64% 내린 149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상증자 발표 직전 73조7877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현재 69조4827억원으로 약 4조원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2조7000억원을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PPG) 인수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주주 지분가치 희석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는 것은 유상증자를 택한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2조2000억 보유…일부 차입 방안 있어
삼성바이오는 지난 7월 20일 PPG 인수와 관련해 보유자금과 차입금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정정공시를 내고 자금조달 방식을 유상증자로 변경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사업의 진행 상황과 중장기 성장 로드맵에 완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회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법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독 선택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는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유상증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차입을 활용할 경우 부채비율은 현재 50% 초반에서 80%대 후반으로, 차입금의존도는 20%대 중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현금과 차입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도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현금 2886억원과 단기금융상품 약 1조9000억원을 포함해 약 2조2000억원이다. 단순 규모만 놓고 보면 PPG 인수대금 2조7000억원의 80%를 웃돈다. 시장에서 보유자금과 일부 차입을 병행해 주주들의 증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들어 신규수주 급감…3분기 영업익 전년 대비 하락 전망
출범 이후 고성장을 이어온 삼성바이오의 수주 증가세가 최근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의 신규 수주 금액은 2023년 3조3000억원에서 2024년 5조9000억원, 2025년 6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금액은 약 8000억원에 그쳤다. 하반기 수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실적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삼성바이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을 5918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수준이다.
PPG 인수 자체의 사업적 합리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인적분할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담당하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리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영업이익률은 9.5%로 삼성바이오의 45%대와 비교해 낮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PPG의 영업이익률은 5%에도 못 미쳤다.
정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수익성을 개선한 삼성바이오가 이보다 수익성이 낮은 PPG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높은 인수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번 인수가 향후 삼성바이오의 재무상태와 수익성에 어떻게 기여할지도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폴리펩타이드의 수익성은 삼성바이오보다 낮아 단기적으로 연결 영업이익률 희석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최대주주 삼성물산·삼성전자 유상증자 참여 규모 관건
유상증자의 관전 포인트는 최대주주의 참여 여부가 될 전망이다. 구주주 청약은 오는 11월 9~10일 진행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 지분 43.06%, 삼성전자는 31.2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할 경우 유상증자에 지분율만큼 참여할 때 부담해야 할 금액은 각각 약 1조2900억원, 9400억원에 달한다. 최대주주가 보유 지분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번 인수와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신호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최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에 대해 "삼성물산·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청약 전까지 별도로 검토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라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