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단에 선 정재헌 SKT 대표 "AI 전환 생산성 'J커브' 만든다"

서울대 강단에 선 정재헌 SKT 대표 "AI 전환 생산성 'J커브' 만든다"

AI 공동과정 첫 특강…대학원생 등 300여명 대상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 강연

[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익숙한 비효율을 넘어 벼랑 끝에서 극한을 마주할 때 비로소 'J커브'의 초생산성 혁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1일 서울대학교 제1공학관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열린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재헌 SKT 대표가 강연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SKT]

이번 특강은 SK텔레콤과 서울대가 10년째 이어온 인공지능(AI) 공동과정의 첫 수업으로 마련됐다. 정 대표는 'AI 시대의 선택과 기회'를 주제로 강연했다. 1987년 서울대 공법학과에 입학한 정 대표가 약 40년 만에 강연자로 모교 강단에 섰다.

정 대표는 "오늘 저는 기술을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AI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한 기업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는지 나누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하루가 240시간도, 2400시간도 되는 시대…AI가 바꾼 시간의 밀도

정 대표는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AI의 등장으로 누군가의 하루는 240시간, 2400시간이 될 수 있다며 AI가 바꾼 시간의 밀도로 기존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까지 60여년, 휴대전화는 10여년이 걸렸지만 챗GPT는 1개월 만에 사용자 500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전 세계 AI 투자 규모 역시 산업혁명 시대를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과거 석유와 반도체가 그랬듯 AI 역시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의 기술에 의존하면 가격과 조건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며 '소버린 AI'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불편함의 골짜기 넘어서야 도약"…'AX의 J커브' 제시

정 대표는 지난 1년간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주도하며 도출한 'AX의 J커브'와 3가지 업무 방법론을 제시했다.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다.

'J커브'는 환율과 무역수지의 관계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곧바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입 물량이 조정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초기에는 오히려 악화된다. 이후 개선되는 모습이 알파벳 'J'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정 대표는 이를 AX에 적용했다. AI를 도입하면 곧바로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재교육과 업무 재설계, 데이터·조직 정비 등에 시간이 필요해 초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을 견디고 전환을 마친 조직은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정 대표는 "불편함의 골짜기 앞에서 돌아서면 영원히 곡선의 왼쪽에 머물지만 이를 견뎌낸 조직은 어느 순간 J자로 꺾여 올라간다"며 "낯설게 보기, 극한 마주하기, 불편해지기가 바로 이 골짜기를 건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낯설게 보기'는 기존 업무의 전제를 의심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방법이다. "이 일은 꼭 사람이 해야 하는가", "이 순서가 최선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모든 업무에 "AI를 전제로 한다면 이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적용하고 있다.

'극한 마주하기'는 기존 방식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SK텔레콤이 제한된 그래픽처리장치(GPU)로 6880억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독자 AI 모델 'A.X K2'를 개발한 사례를 들었다.

'불편해지기'는 AI 전환 초기 발생하는 비효율을 감수하는 과정이다. SK텔레콤의 한 개발자는 고객 요청에 따른 시스템 수정 업무에 기존 50시간을 들였다. 이를 AI로 전환하는 초기 과정에서는 AI 에이전트를 새로 만들고 수백 차례 검증하면서 500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현재 같은 업무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으로 줄었다.

"스스로 방향 정하는 것이 경쟁력"…가치 판단은 사람의 몫

정 대표는 AI 시대에도 주도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은 시대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통찰력과 공감 능력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도메인 전문성을 갖추고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메인 간 경계를 넘어 기술과 산업, 사람을 연결하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시한 'AI 시대 인재의 4가지 조건'도 소개했다. △본질을 통찰하는 '생각 근육'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해도 다시 배우는 '적응 근육' △AI가 갖기 어려운 '공감 근육' △체화된 경험을 가치로 만드는 '신체 지능'이다.

정 대표는 "네 가지 모두 코딩 능력이 아니다. 기술은 AI가 점점 더 잘할 것이기에 사람만이 가진 근육이 인재의 조건이 된다"며 "가치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은 끝까지 사람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10년 전 'AI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오늘 우리는 'AI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고 있다"며 "10년 뒤 이 질문의 답을 만들게 될 여러분과 역동하는 AI 혁신 현장에서 동료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