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사람들]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멀어져”…김재윤 대표가 말하는 음악과 예배

[양기자의 사람들]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멀어져”…김재윤 대표가 말하는 음악과 예배

드라마 ‘갈채’·본 조비에 빠졌던 소년…싱어송라이터 꿈꾸며 음악의 길로
10여명과 시작한 나비워십 어느덧 16년…“예배는 하나님과 회중을 잇는 좋은 통로”

[아이뉴스24 양찬희 기자]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것 같아요.”

30년 넘게 음악을 해온 사람에게 음악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행복’도 ‘인생’도 아니었다. 김재윤 나비워십 대표에게 음악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다.

20대에는 자신이 음악을 누구보다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곡을 쓰고 무대에 서며 음악을 알아갈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졌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28일 아이뉴스24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면 할수록 음악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공부를 하니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음악을 놓지 않았다.

밴드의 보컬로 무대에 섰던 청년은 기타를 들고 예배 현장에 서는 사람이 됐다. 2010년 동료 10여명과 시작한 나비워십은 어느덧 16년째를 맞았다.

김재윤 나비워십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재윤 대표 제공]

◇ 드라마 속 밴드에 반한 소년, 음악을 시작하다

1979년생인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다. 청소년기에는 찬양팀에서 활동했고 수련회에 가면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활발한 학생이었다.

신앙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예수전도단의 청소년 프로그램 ‘킹스키즈’에 참여해 훈련과 집회 등을 경험했다.

김 대표는 당시 경험이 자신의 신앙이 자리 잡는 데 하나의 계기가 됐다고 돌아봤다. 다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당시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에 빠진 계기는 교회와 조금 달랐다.

중학생 무렵 주변의 형이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 기타를 배웠다. 결정적인 순간은 TV 드라마 ‘갈채’였다. 밴드 보컬인 주인공이 무대에 서는 모습이 김 대표의 눈에는 멋있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 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시기 친구가 들려준 미국 록밴드 본 조비의 음악도 김 대표를 사로잡았다. 누나가 가지고 있던 팝송 테이프를 들으며 자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음악의 세계가 열린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나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내가 봤을 때 음악을 하는 사람이 너무 멋있었다”고 회상했다.

◇ 노래하러 들어간 재즈아카데미…작곡하는 사람이 되다

스무 살에는 예수전도단의 제자훈련학교(DTS)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이후 서울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처음 선택한 전공은 보컬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관심은 노래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미 고등학생 때 직접 만든 곡으로 교회에서 열린 전국 규모의 CCM 대회에 출전해 듀엣으로 금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곡을 만드는 재미도 알고 있었다.

당시 좋아했던 음악인 역시 고(故) 신해철과 이승환 등 직접 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었다. 김 대표는 보컬 과정을 마친 뒤 작편곡과로 옮겨 공부했다. 꿈도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냥 노래만 하는 것보다 싱어송라이터가 더 멋있잖아요. 신해철을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하고요.”

신해철의 음악은 빼놓지 않고 찾아 들을 정도였다.

음악은 무대로 이어졌다. 재즈아카데미 재학 중 밴드를 만들어 공연했고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다른 밴드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태원의 밴드 공연 클럽에서는 외국인 관객을 상대로 영어 노래를 불렀다. 긴장도 컸지만 음악이 시작되면 관객들은 무대로 나와 함께 즐겼다. 팝과 애시드 펑크(Acid-Funk) 등 다양한 장르를 연주했고 개인 싱글도 발표했다. 당시에는 보컬이자 밴드를 이끄는 프론트맨이었다.

김재윤 대표가 과거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밴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윤 대표 제공]

이후 정식 학위의 필요성을 느껴 대학에 진학했지만 교실보다 음악 현장이 좋았다.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들며 활동하는 삶과 학교생활 사이에서 결국 현장을 택했다.

김 대표는 “밖에서는 활동하고 곡을 쓰고 앨범도 내고 있는데 학교를 다니는 게 맞지 않았다”며 학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예배하고 싶었다”

대중음악을 하던 김 대표에게 교회 음악은 별개의 길이 아니었다. 밴드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교회 찬양팀에서 계속 활동했다.

그러던 2010년 김종윤 당시 전도사 등 주변 사람들과 예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맞아갔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찬양하고 기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예배해보자는 것이었다. 거창한 조직이나 새로운 사역단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아니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뜻을 모아 예배를 시작했고 10여명이 함께했다. 나비워십의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그냥 우리끼리 좋은 예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며 “일주일에 한 번 모여 기타를 치고 예배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나비워십’이라는 이름에는 “하나님의 임재로 우리 삶이 변화되는 예배”라는 의미가 담겼다. 번데기가 나비로 변화하듯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삶이 변화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처음부터 ‘나비’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제안한 이름은 ‘개구리워십’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요. 그냥 재미있잖아요. 어느 워십팀이 이름을 개구리라고 지어요?”

다른 멤버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한 멤버가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듯 삶의 변화를 담자는 의미를 제안하면서 분위기는 나비워십으로 기울었다.

김 대표는 “개구리도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데 왜 내 개구리는 안 되냐고 했죠. 결국 제 것은 무산됐어요”라고 말했다.

◇ 첫 앨범 ‘The First’…자신들의 음악을 만들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예배하던 작은 모임은 조금씩 모습을 갖췄다. 2013년에는 첫 정규앨범 ‘The First’를 발표했다.

김 대표에게 앨범 발매는 거창한 목표라기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워십팀인데 우리 곡도 만들고 앨범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당시 김 대표가 사용하던 서울 영등포 작업실에서 함께 작업하던 건반 연주자를 합류시켰다. 둘이 프로듀싱을 맡고 기타와 베이스 등은 주변 세션 연주자들과 작업하며 앨범을 완성했다.

김 대표가 좋아하는 나비워십의 곡으로는 ‘다 듣고 계신 나의 주님께’,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곳에서’ 등이 있다.

‘다 듣고 계신 나의 주님께’는 김 대표가 작곡했다. 후렴의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떠올랐다. 김 대표가 자신의 개인적인 심정을 음악에 담고 김종윤 목사가 앞부분의 가사를 더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는 당시 건반을 연주하던 안성애 씨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원래 다른 곡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김 대표가 곡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곡을 듣는데 ‘이 곡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 다른 곡 말고 이걸로 냅시다’라고 했죠.”

‘이곳에서’는 이미진 씨가 작사·작곡하고 김 대표가 편곡했다.

◇ “나비워십은 록입니다”…남들이 안 하는 음악을 찾아

나비워십의 음악적 색깔을 묻자 김 대표의 대답은 명확했다.

“나비워십은 록입니다.”

젊은 시절 밴드에서는 애시드 펑크와 팝 등을 주로 연주했지만 김 대표가 오래전부터 좋아한 음악은 록이었다. 현재는 나비워십에서 세컨기타를 맡고 있다.

김재윤 대표가 ‘찬미예수 KINGDOM’ 집회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김재윤 대표 제공]

나비워십의 또 다른 특징은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것’을 찾는 데 있다. 다른 팀의 음악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김 대표는 이를 거창한 사명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냥 성향이에요.”

나비워십이 진행해온 ‘한 여름밤의 찬미예수’ 프로젝트도 같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과거 교회에서 많이 불렀지만 최근에는 쉽게 듣기 어려워진 찬양을 다시 꺼내 자신들의 방식으로 편곡한다.

김 대표는 “우리 나이대가 듣고 편하게 예배에 집중할 수 있는 곡으로 집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 유튜브 영상 보고 걸려온 전화…전국으로 넓어진 무대

외부 사역은 계획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나비워십이 유튜브에 예배와 찬양 영상을 꾸준히 올리자 영상을 본 교회 관계자들의 연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회에 나비워십이 참여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다. 한 곳, 두 곳을 찾아가며 활동 반경은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넓어졌다.

김재윤 대표가 나비워십 월중집회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김재윤 대표 제공]

김 대표는 외부 사역에서도 찬양 인도가 아닌 연주자로 참여한다. 찬양 인도에는 음악적 실력보다 영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비워십에서 찬양 인도를 맡고 있는 목회자들에 대해서는 음악적 실력과 영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함께 예배할 때 무척 든든하다고 했다.

◇ 16년을 이어오며 마주한 현실…“누군가는 전적으로 해야 한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커지면서 현실적인 고민도 생겼다.

예배 영상을 제작하고 외부 요청이 늘며 팀 규모가 커지자 누군가는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다. 그 역할은 김 대표에게 돌아왔다.

문제는 생업과 사역의 균형이었다. 나비워십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늘어났지만 김 대표 역시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내부 사정에 대한 언급은 아끼면서도 “한 팀을 운영하려면 누군가 한 명은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며 “내 삶을 살아가는 것과 팀에 전적으로 시간을 쓰는 것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바람도 생겼다.

함께하는 멤버들이 온전히 예배를 위한 사역에 집중하면서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 회중이 사라진 코로나에도 예배는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는 예배 현장의 모습도 바꿨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면서 외부 집회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나비워십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예배 영상을 촬영했다. 방역 상황에 따라 일부 인원이 모일 수 있을 때는 마스크를 쓰고 서로 거리를 둔 채 예배했다. 촬영한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현재 나비워십에는 약 25명이 함께하고 있다. 찬양 인도자 2명과 밴드·싱어를 비롯해 미디어·음향·조명 등을 담당하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매월 한 차례 정기적으로 예배하고 외부 사역 요청이 들어오면 별도로 준비한다. 예배 전에는 회의를 하고 예배를 마친 뒤에는 다시 모여 서로 피드백을 나눈다.

◇ “너의 성공, 나의 성공, 우리의 성공”

16년 동안 나비워십을 이끌어왔지만 김 대표는 거대한 목표를 앞세우지 않는다. 앞으로의 비전을 묻자 ‘꾸준히 예배사역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이어가자 오래전 동료들과 주고받던 문장이 나왔다.

‘너의 성공, 나의 성공, 우리의 성공.’

김 대표가 말하는 성공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거나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이 나아지고 신앙적으로 성장하며 결국 함께 잘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너도 잘되고 나도 잘돼서 우리가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나비워십을 처음 만들며 바랐던 자유로운 예배에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예배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은 지키되 그 안에서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계속하다 보면 우리도 또 다른 형식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처음 생각했던 자유로운 예배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음악은 어렵다…예배는 좋은 통로가 되는 것”

음악을 처음 좋아했던 시절, 김 대표에게는 음반을 구하는 과정부터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잡지를 읽고 음반가게에서 오랫동안 앨범을 골랐다.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해외 음반을 듣기 위해 서울 동대문을 찾아가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에는 원하는 앨범을 찾아 처음 들었을 때의 희열이 있었다”며 “지금은 음악을 접하기 쉬워졌지만 오히려 더 잘 듣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을 오래하고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어려움도 커졌다.

김 대표는 “20대에 곡을 쓸 때는 음악이 그렇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스스로 음악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공부하고 경험할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음악은 나에게 어려운 것”이라며 “공부를 할수록 더 어렵다.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예배에 대해서는 ‘좋은 통로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 대표는 “예배를 인도하는 팀의 입장에서 보면 회중과 하나님 사이에서 좋은 통로가 돼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인으로서의 경험이 오히려 예배 집중을 방해할 때도 있다. 규모가 큰 예배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코드 진행과 편곡, 연주를 분석하게 된다. 음악을 판단하기 시작하면 정작 가사와 예배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피아노 한 대로 진행하는 소규모 예배에서는 가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2010년 10여명과 시작한 나비워십은 어느덧 16년째를 맞았다.

김 대표는 거창한 목표보다 지금처럼 예배사역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다.

준비 과정이 힘들고 때로는 지칠 때도 있지만 예배가 시작되면 다시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를 찾는다.

김재윤 대표가 기타를 연주하며 찬양하고 있다. [사진=김재윤 대표 제공]

“준비할 때는 정말 힘들고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예배를 드리면 좋아요. 사람들이 예배 가운데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도 쓰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군포=양찬희 기자(cx5350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