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이은결은 자신의 직함을 마술사보다는 일루셔니스트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 상상을 현실로 바꿔준다는 의미에서 일루션(환상)을 즐겨 사용한다. “단순히 신기하기만 한 마술은 하고 싶지 않다”는 이은결은 마술의 기술적 완성도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에게 새로운 이미지와 감정을 남기는 ‘일루션’으로 마술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러니까 이은결 마술의 관객들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직접 경험하게 되며 놀라움과 함께 감동을 얻어가게 된다. ‘눈으로 보는 마술’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환상극’으로의 전환이다.
이은결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30주년 특별 공연 ‘ONE OF ONE(원 오브 원)’을 선보이고 있다. 마술과 영상, 음악, 조명, 대형 무대 장치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일루션의 세계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 공연은 9월 6일까지 120분간 펼쳐진다.
‘ONE OF ONE’은 이은결이 30년 동안 구축해온 공연 세계를 하나의 무대에 집약한 특별 공연인 만큼 규모도 스펙터클하다. 이은결은 장난감이 변한 실제 헬리콥터에서 내리면서 등장한다. 이어 다채로운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인다.

7살 아이를 객석에서 불러내 로켓을 타고 공중으로 오르는 기분을 경험하게 해주다 결국 대형 로켓을 볼 수 있다. 큰 기차가 스크린을 뚫고 질주하며, 앵콜 무대에서는 큰 나무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음악과 영상, 댄스와 어우러지면서 바라이어티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렇게 압도적인 스케일만 있는 게 아니라, 섬세하고 소소한 디테일도 느껴볼 수 있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큰 것을 만들어 가는 스토리텔링 구조가 오히려 예술적인 감흥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은결은 ‘손가락’만으로 아프리카로 간다. 그리고 감동까지 안겨준다. 손가락으로 만든 그림자가 아프리카 동물들의 동작들을 다양하고 절묘하게 만들어낸다.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게 하는 ‘핑거발레’다. 이미 마사이족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자신의 양손을 활용해 각종 동물을 형상화하는 섀도 매직의 정교함은 어느 정도 집요하게 훈련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은결은 큰 키에 긴 손가락을 활용하면 유리한 점도 있지만, 피나는 훈련을 거쳐 탄생한 기술이다. 웬만한 사람은 흉내조차 낼 수가 없다. 불가능은 “가능할 때까지” 연습한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는 지하연습실에서 수많은 밤을 지샜다. 이은결이 과거 기자에게 “연습실이 지하였기 때문에 나중에는 정말 낮 4시인지, 새벽 4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말한 적도 있어 그의 연습 강도를 짐작케 했다. 정말 말이 트릭이지 손가락의 정교한 훈련덕이라는 점을 알면 경외심마저 든다.

이은결은 중간에 마술사겸 영화제작자인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를 소환한 후, 멜리어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오마주를 통해 자신의 마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영화 ‘열차의 도착’이 단순한 활동사진인 점을 확인하고 영화에 편집기법을 처음 도입해 영화를 환상과 비현실의 세계를 담은 허구로 구현해냈다. 활동사진의 초기 다큐 영화를 창작과 예술의 영역인 영화로 격상시켰다.
이은결의 일루션도 단순한 마술뿐 아니라 자신만의 상상을 펼치는 이야기로 확장해내는 것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멜리에스에 대한 헌사와도 통한다. 이은결의 일루션은 서스펜스로 시작해 휴머니즘으로 마무리되면서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