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아이뉴스24>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둘러싼 현장의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전한다. 1편에서는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과 치료, 가족과 학교의 역할을 살펴보고, 2편에서는 위기 청소년의 응급입원과 지역사회 연계, 심리치료 등 현행 의료체계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가족·학교·의료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윤석준 더힐러스병원 대표원장의 청소년 정신건강 진료 원칙은 치료 과정에서도 이어진다. 청소년의 위기 상황을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지역사회가 함께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1일 “청소년 한 명의 치료가 시작되면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뿐 아니라 가족관계와 학교생활 등 전체적인 배경을 살펴야 한다”며 “가족을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처한 환경을 함께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보호자의 인식이나 편견으로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연결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원장은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이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편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이유로 치료가 늦어지는 상황을 줄이려면 지역사회가 위기 신호를 발견하고 의료기관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살 시도 등 위중한 상황에서는 입원이 가능한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더힐러스병원은 경찰과 협력해 위기 청소년의 응급입원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윤 원장은 “자살 시도나 심각한 자타해 위험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경찰과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맺었다”며 “응급상황에서는 연락을 받고 입원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학교와 경찰, 의료기관이 각각의 역할을 맡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청소년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은 안전을 확보하고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며 의료기관은 치료를 담당하게 된다”며 “각 기관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회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두고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단순 상담과 사례관리에 머물지 않고 위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 치료까지 연계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 원장은 “보건복지부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중심이 돼 기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논의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역 정신건강 대응체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치료 방식 역시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정서와 대인관계까지 살피는 심리치료를 충분히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정신과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서 약물치료뿐 아니라 심리치료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 놓인 환자를 약물만으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교감하는 인간적인 심리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리치료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 데 비해 의료수가가 낮아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윤 원장은 “심리치료는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들어야 하고 상당한 감정노동이 필요한 분야”라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심리치료에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수가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정신건강 분야에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원장은 “의정 갈등을 넘어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민관이 사명감을 갖고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건복지부가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의료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현장 의료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병원 인증평가 역시 의료기관을 통제하기보다 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봤다.
윤 원장은 “관리와 감독도 필요하지만 현장 의료인들이 정부의 평가 과정에서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기관이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기관이 함께 개선책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병원은 급성기 정신질환자를 제대로 치료해 다시 사회로 돌려보내는 병원이다. 그는 “정신질환도 초기에 개입하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환자가 많다”며 “특히 청소년은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정신건강은 어느 한 기관이 맡아서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위기 상황에서 치료가 필요한 아이가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연결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