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스페인도 잡았다⋯한화에어로, K9 자주포 수출 비법은

미국·스페인도 잡았다⋯한화에어로, K9 자주포 수출 비법은

완제품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각국 요구에 맞춰온 '현지화'
미국, 미군 요구하는 차륜형 플랫폼 개발·현지 생산기반 준비
스페인, 현지 기업이 자주포 생산할 수 있도록 핵심 기술 이전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미국과 스페인 수출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K9 자주포 운용국을 11개국으로 늘렸다. 완제품을 그대로 파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국의 지형·군 운용 개념·산업정책에 맞춰 제품을 개조하고 현지 업체와 손잡아온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주행시험을 하고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방산기업 인드라시스템즈와 K9 자주포 등을 공급하는 수출 실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서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

앞서 미국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 한화디펜스USA는 최근 미 육군의 기동전술포(MTC) 시제품 개발·공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차륜형 K9 자주포인 K9MH 시제품 6문을 우선 공급하고 향후 12문을 추가 납품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방산기업이 완성된 무기체계로 미국 시장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9 자주포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핀란드·인도·노르웨이·에스토니아·호주·이집트·루마니아 등으로 수출돼 왔다. 최근 미국과 스페인까지 도입하면서 K9 자주포는 총 11개국에서 운용되게 됐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쟁력이 특정 국가의 요구에 맞춰 성능을 조정하는 현지화 능력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완성된 장비를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운용 환경과 요구 조건을 반영하고 정비·교육 등 후속 지원까지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가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사격시험을 하고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과의 계약이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궤도형 K9을 그대로 수출하는 대신 미 육군이 요구하는 차륜형 플랫폼을 별도로 개발했다.

미 육군의 차기 자주포 수요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별도 모델을 개발하고 현지 생산기반까지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며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들어갔다.

미국 방산사업에서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만큼 제품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생산·정비할 수 있는 기반까지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한화에어로는 스페인 군 맞춤형으로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차를 개량하기로 했다. 또 인드라가 스페인 북부 히혼 공장에서 자주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핵심 기술을 이전하고 부품 공급망 구축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수출한 이집트는 단순 현지 조립을 넘어 미국 전차를 생산하던 국영 방산시설을 다시 가동해 자국 방위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시 한화 측은 K9뿐 아니라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 사격지휘차량, 교육·정비·현지생산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제안하며 이집트의 산업 재건형 협력을 구축했다.

중동 사막을 달리고 있는 K9 자주포의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도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 장갑차를 생산할 현지 공장(H-ACE Europe)을 착공한 바 있다. 외부 변수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무기 생산의 현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폴란드에도 제품 공급을 넘어 현지 생산 기반도 넓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폴란드에 K9 완제품 공급을 넘어 차세대 자주포 K9A2의 현지 공동 생산과 정비 및 부품 공급망 활성화 등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 시장에서는 국산 무기체계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현지 기업과 공동개발·공동생산하고 현지 공급망과 정비·수리·정비(MRO) 체계에 참여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완제품 수출에만 집중하기보다 탄약, 엔진, 센서, 전자장비, 정밀부품, 소재, MRO 등 국내 기업이 현지 방산 공급망에 장기간 참여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