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도훈 기자] 5대 은행 퇴직연금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형 상품의 비중이 석 달 만에 8%포인트(p) 넘게 뛰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은 투자형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증시 호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기존 투자상품의 평가액이 불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운데 원리금비보장형 적립금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29.15%에서 2분기 말 37.73%로 8.58%p 상승했다.
IRP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5대 은행의 IRP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1분기 말 39.73%에서 2분기 말 48.01%로 8.28%p 높아졌다. 2분기 말 기준 IRP 적립금의 절반 가까이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자상품에 들어간 셈이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의 퇴직급여를 계좌에 넣어주면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방식이다. IRP는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이전받거나 자기 돈을 추가로 납입해 직접 운용하는 개인 퇴직연금 계좌다.
원리금비보장형 적립금 규모도 크게 늘었다. DC형은 1분기 말 17조9173억원에서 2분기 말 25조3701억원으로 7조4528억원 증가했다. IRP는 같은 기간 30조8979억원에서 42조37억원으로 11조1058억원 불어났다.
은행별 DC형 상승폭도 컸다. 우리은행의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29.86%에서 39.09%로 9.23%p 상승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9.19%p, 하나은행은 8.49%p, NH농협은행은 8.05%p, KB국민은행은 7.91%p 올랐다.
IRP는 NH농협은행의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33.61→42.48%)했다. 우리은행은 8.85%p, 신한은행은 8.63%p, KB국민은행은 8.06%p, 하나은행은 7.43%p 상승했다. 5대 은행 모두 한 분기 만에 7~9%p 안팎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은행권은 원리금비보장형 비중 확대 주요 배경으로 상반기 증시 호황을 꼽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증시가 워낙 좋았던 만큼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던 고객 가운데 일부가 투자상품 쪽으로 자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원리금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도 괜찮게 나오면서 자금을 옮긴 고객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평가액 자체가 커진 영향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원리금비보장형 상품 가운데 ETF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ETF의 영향이 컸다고 보는 게 맞다"며 "상반기 ETF 판매가 많이 늘었고 고객들도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같은 개인 운용형인데…IRP 48%·DC 38%
DC형과 IRP 모두 가입자가 직접 운용상품을 선택하지만 투자상품 비중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2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IRP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48.01%로 DC형 37.73%보다 10.28%p 높았다.
이 같은 격차는 1분기에도 비슷했다. 당시 IRP의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은 39.73%, DC형은 29.15%로 10.58%p 차이가 났다. 두 제도 모두 2분기 들어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이 8%p 안팎으로 상승했지만 IRP가 DC형을 10%p가량 웃도는 구조는 유지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자금의 성격과 가입자의 운용 관여도 차이가 원리금비보장형 비중 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C형은 직접 운용하는 제도이지만 결국 자신의 퇴직금이 쌓이는 계좌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IRP는 자기부담금을 추가 납입해 비교적 소액으로 운용하는 고객도 많아 상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투자상품 판매 둔화와 증시 조정으로 원리금비보장형 비중의 상승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10년, 20년 장기 운용하는 자금인 만큼 일반 투자자보다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따른 자금 이탈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시가평가되는 투자상품의 적립액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기자(ldh1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