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 등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을 지속으로 확대하고 있다.
규제가 심한 의약품보다 가격 결정과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제약 사업을 통해 쌓은 연구개발(R&D) 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엔 해외까지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아데시'의 두 번째 신제품 '베리 펄 바쿠치올 네오 크림'을 출시했다. 첫 제품 '블랙 펄 PDRN 네오 세럼'의 후속작으로 독자 원료인 'H-EGTI'을 적용해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추는 안티에이징 솔루션이다.
아데시는 지난 5월 론칭한 한미사이언스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다. 2015년부터 약국 전용 화장품 브랜드 '프로-캄'을 운영해 온 한미사이언스는 아데시를 통해 일반 유통 채널까지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신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엔플'도 론칭했다. 단순 영양 성분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춘 건강 루틴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건강을 자기관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2030세대를 겨냥해 '힙한 건기식'을 지향한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9월 자체 건기식 브랜드를 기존 '대원헬스랩'에서 '대원헬스'로 리브랜딩했다. 2030 젊은 세대를 겨냥한 액상 스틱형 '샷' 시리즈와 중장년층 대상 프리미엄 '킹' 시리즈로 라인업을 확장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대원헬스를 운영하는 컨슈머헬스케어(CHC)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206억7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4% 급증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자체 브랜드 연간 매출액(87억)의 두 배 이상을 벌어들인 셈이다.

국내 시장 경쟁이 첨예해지면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동국제약은 헬스앤뷰티사업본부의 유통 경로 다각화,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 판매 호조를 실적 향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글로벌 시장 성과가 두드러진다. 센텔리안24의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6% 폭증했다. 대표 제품 '마데카 크림'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6월 기준 9900만개를 넘어섰다.

동아제약 더마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은 미국 대표 뷰티 유통채널 '세포라'에 입점했다. 미국 전역 55개 세포라 매장 내 '올리브영 K뷰티에딧' 매대에 입점해 대표 제품인 노스카나인 라인 4종을 선보였다. 기존 온라인 채널을 통해 미국 현지 소비자를 만났던 파티온은 이번 세포라 입점으로 오프라인까지 유통망을 넓히게 됐다.
앞서 파티온은 일본, 홍콩, 대만, 태국 등 주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을 확대해 왔다. 이번 세포라 입점을 계기로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제약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예측하기 힘든 규제 환경에 대비한 안정적 수익 마련을 위해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네릭 의약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화장품·건기식 비의약품 일반 소비재 사업은 약가 규제에서 자유롭고, 소비자 대상 판매 전략을 자유롭게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원료, 브랜드 신뢰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약사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 등 제약산업 경영 환경이 악화할수록 이 같은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더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약 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중소제약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의약품 부문을 통한 수익성 확보의 중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은 아무래도 규제 산업이라 정부 정책이나 제도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화장품이나 건기식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 의약품 사업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