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일교, 대선을 교세 확장 기회로...한학자, 징역 2년"

법원 "통일교, 대선을 교세 확장 기회로...한학자, 징역 2년"

권성동 1억·김건희 명품 제공·국힘 쪼개기 후원 유죄
2인자 정원주 징역형 집행유예...윤영호는 징역 6개월
쪼개기 후원 관련 횡령 무죄...증거인멸교사 등 공소기각
특검 구형 13년 크게 밑돌아...통일교 "즉각 항소하겠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윤석열 정부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1심에서 총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을 대상으로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통일교가 조직과 자금력을 동원해 정치권과 결탁하려 했다는 사건의 기본 구조는 인정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가방과 목걸이를 건넨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정교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3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한 총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두 형을 합하면 총 징역 2년이다.

함께 기소된 정원주 전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로 징역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각 형의 집행을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유예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는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이신혜 전 통일교 재정국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권성동·국힘 의원들에게 '뒷돈'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권 전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교단 현안을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현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한 총재에게 권 전 의원과의 만남을 보고했고, 한 총재가 정 전 비서실장을 통해 1억원을 마련해 윤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세 사람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공모했다고 봤다.

2022년 3~4월 통일교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의원과 시·도당 등에 분산해 후원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한 총재의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 지지 발언과 정치권 후원 계획 등이 사전에 논의됐고, 한 총재의 승인 이후 후원이 실행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네며 통일교 관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정교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윤영호가 정원주와 협의 후 한학자 승인 받아 금품 전달"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정 전 비서실장과 협의하고 한 총재의 승인을 받아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금품 구매 비용을 교단 자금으로 보전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통일교가 자금력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 범행으로 규정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교세 확장의 기회로 보고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한 뒤, 정권 출범 이후 국가 정책을 통해 교단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가 정치자금법과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가 정책과 공직 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교인들이 낸 자금을 본래 목적과 무관하게 정치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사용한 점도 불리한 사정으로 판단했다.

한 총재에 대해서는 통일교 조직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본부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교 유착'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선고 받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구체적 범행 계획·실행은 윤영호...한학자는 개략적 보고 받아"

다만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인물은 윤 전 본부장이며, 한 총재는 이를 개략적으로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이 한 총재 개인의 경제적 이익보다 통일교의 교세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이뤄진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한 총재가 횡령 피해액을 변제했고 통일교 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종교 지도자로 활동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려 노력한 점 등도 양형에 반영됐다.

반면 재판부는 쪼개기 후원 과정에서 교단 자금 2억 1000만원을 선교지원비로 허위 회계 처리해 국내 5개 지구에 보낸 업무상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자금의 사용 방식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해당하더라도 한 총재 등이 교단 자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려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증거인멸교사와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를 기각했다. 한 총재와 정 전 비서실장이 카지노 원정도박 관련 수사 정보를 입수한 뒤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 교단 자금으로 네팔과 세네갈 정치인에게 선거비용을 지원한 혐의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정교 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증거인멸교사·횡령 혐의 등은 공소기각...수사 대상 아니야"

통일교 산하 기관 자금과 천승기금·통일기금, 선교활동비, 보석 구매비용 등에 관한 일부 횡령 혐의도 공소기각됐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들이 김건희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소기각은 혐의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한 총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나머지 혐의로 징역 8년 등 총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정 전 비서실장에게는 총 징역 10년, 윤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3년 6개월, 이 전 재정국장에게는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1심 선고형이 구형량을 크게 밑돈 데에는 일부 횡령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고 증거인멸교사와 특경법상 횡령 혐의 상당 부분이 공소기각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구속기소됐지만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9월 2일 오후 6시까지여서 이날 실형이 선고됐음에도 법정에서 곧바로 구금되지는 않았다.

통일교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 총재가 불법적인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다는 1심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해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의 오류를 다투겠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