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병력자원 감소가 현실화하면서 K-방산업계가 사람을 대신할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경계·정찰에 머물렀던 무인체계는 이제 병력과 함께 이동하며 수색하고, 물자를 나르고, 부상자를 후송하는 것은 물론 직접 전투에도 참여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땅에서는 다목적무인차량과 다족보행로봇이, 하늘에서는 정찰·타격·수송 드론과 협동 무인전투기가, 바다에서는 무인수상정과 자율무인잠수정이 등장하며 전장의 모습 자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여러 종류의 유·무인 플랫폼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유무인복합체계(MUM-T)'가 차세대 방산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계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은 육·해·공 전반에서 무인화와 자율화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며 미래 전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땅에서는 다목적무인차량과 4족보행로봇이땅에서는 바퀴 달린 다목적무인차량(UGV)과 다리 달린 4족보행로봇이 사람의 자리를 메운다. 곧 실전 배치를 앞둔 건 다목적무인차량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Arion-SMET)'은 지난 7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군 다목적무인차량 사업자로 최종 선정돼 오는 2028년부터 군에 전력화될 예정이다.

아리온스멧은 한 번 충전으로 약 100시간 연속 운용이 가능하며 완전 충전 시 항속거리는 90㎞ 이상, 최고 속도는 시속 약 60㎞다. 탑재된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에는 주간·열상 카메라가 달려 주간 최대 5㎞, 야간 최대 3㎞ 범위까지 감시할 수 있고 10㎞ 밖에서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이 차량은 보병 부대와 함께 움직이며 선두에서 정찰·수색 임무를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험지에서는 병력보다 앞장서 나아가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리온스멧의 후속으로 디젤-하이브리드 방식의 '그룬트(GRUNT)'도 함께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미 해병대 해외비교성능시험(FCT)에서 나온 피드백을 반영한 모델이다. 회사는 UGV 사업을 축으로 유무인복합체계(MUM-T)를 확대해 2035년까지 완전자율 임무 수행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도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선보인 바 있다. HR-셰르파는 전동화 차량으로 무인, 원격 운용이 가능해 사람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확장성이 있어 군용은 물론 민수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로템은 다목적무인차량뿐 아니라 K2 전차 후속 모델을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진흥연구소(KRIT)와 함께 개발 중이다. 회사는 전차 탑재 드론을 유인전차가 운용하는 '단일체계 유무인 복합운용'과 다목적무인차량·다족보행로봇·무인전차를 동시에 통제하는 'MUM-T 운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

다족보행로봇도 미래 지상전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기반 다족보행로봇은 험난한 지형을 스스로 판단하고 이동할 수 있어 대테러 작전이나 위험지역 정찰 등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임무에 활용할 수 있다.
LIG D&A도 2024년 인수한 미국 고스트로보틱스의 사족보행 로봇 '비전60'을 내세우고 있다. 비전60의 몸체 중량은 50㎏이며 평지 기준 20㎏ 이상의 장비를 탑재할 수 있다. 다만 오르막길 등 험지 주행까지 고려하면 실제 권장 탑재 중량은 10㎏ 수준이다.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면 감시·정찰용으로, 재머(전파 교란 장비)를 탑재하면 대드론용으로, 소총 등 무장을 장착하면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하나의 플랫폼을 다양한 임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눈과 손’을 넘어 전투 파트너로
지상 UGV가 사람의 다리를 대신한다면 드론은 사람의 눈과 손을 대신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LIG D&A는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 'MPD'와 하이브리드 수송드론 'KCD-40'을 내놨다. 가로·세로 약 4m 규모의 KCD-40은 40㎏ 이상의 화물을 싣고 60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원래 차량 진입이 어려운 오지나 재난 현장에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탑재물을 박스 대신 소총이나 미사일로 바꾸면 공격용으로, 카메라를 달면 정찰용으로도 쓸 수 있는 다목적 플랫폼이다. MPD는 평시엔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다 필요시 타격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전투기 분야에서는 KAI가 유무인복합체계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KAI는 KF-21과 자체 개발 중인 전투기, 그리고 다목적 무인기 MUCCA·SUCA를 연동하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유인 전투기의 조종사가 위험지역 밖에서 무인기를 통제하도록 해 생존성과 임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무인기가 먼저 위험지역에 진입해 정찰하거나 적을 탐지하고, 필요할 경우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다만 다수의 중·소형 협동 무인전투기를 조종사 한 명이 모두 직접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따라 무인기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기반 '가상 조종사' 기술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회전익 영역에서는 소형무장헬기(LAH)에 MUM-T 개념을 적용한 '회전익 무인자율전투체계(ROMACS)'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 회전익 항공기에 무인기와 AI 기반 임무 수행 체계를 결합해 저고도 전장 환경에서 탐지와 타격 능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KAI는 AI 기반 자율 임무 수행 능력과 고성능 센서 네트워크를 결합한 차세대 공중전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유인 플랫폼의 생존성을 높이는 동시에 무인 전력을 활용해 작전 반경과 임무 수행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다에서 무인수상정과 자율무인잠수정이 전장을 누빈다
해상에서도 무인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승조원 없이 감시·정찰과 기뢰 탐색, 전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수상정(USV)과 자율무인잠수정(AUV)이 미래 해양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중심으로 해양무인체계 전체 라인업을 선보였다.
회사는 지난 3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서 'AI 기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대(對)기뢰전' 시연을 마쳤다. 이 자리에서는 AI 기반 자동기뢰탐지체계(AMDS)를 비롯해 자체 투자와 개발을 거쳐 지난 6월 첫 진수한 '30톤급 전투용 무인수상정',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 수중 탐색용 자율무인잠수정(AUV) 등이 공개됐다.
저궤도(LEO) 위성통신 기반으로 AUV와 무인수상정 2종을 동시에 통제하는 초연결 네트워크, 다수·다종의 무인체계를 통제할 수 있는 지휘통제 기술도 함께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은 이 같은 기술을 전투용 무인수상정에 적용하면 원거리에서도 끊김 없는 지휘통제와 작전 범위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IG D&A 역시 무인수상정 '해검' 시리즈를 앞세우고 있다. 해검 시리즈는 LIG D&A가 2015년부터 개발해온 무인수상정으로, 2027년까지 해군 전진기지와 주요 항만의 감시·정찰에 투입할 12m급 모델을 개발 중이다.
군용 무인수상정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자율운항, 장애물 회피, 원격 지휘통제, 센서 통합 기술은 민간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다. LIG D&A는 전투용뿐 아니라 해상 사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난구조용 무인수상정 개발에도 착수했다.
사람이 조종하고, AI가 판단하고⋯무인체계가 움직인다
K-방산업계가 개발 중인 무인체계의 공통점은 단순히 사람 없이 움직이는 장비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상·공중·해상에서 각각 운용되던 유인·무인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AI가 상황 판단과 임무 수행을 지원하는 통합 전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병력 감소는 국내 방산업계에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사람을 위험지역에 먼저 투입하는 기존 전투 방식에서 벗어나 무인체계가 정찰하고 위험을 확인한 뒤 유인 전력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장의 패러다임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결국 미래 전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유했느냐보다, 제한된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AI와 무인체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산업계가 땅과 하늘, 바다를 가리지 않고 무인체계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