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성장 전략은 '전아등'…김세직 "아이디어에 재산권 부여해야"

진짜성장 전략은 '전아등'…김세직 "아이디어에 재산권 부여해야"

5년마다 성장률 1%p 하락…"2030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김세직 KDI 원장 "아이디어에 10년 재산권 부여 전국민 등록제 필요"
류근관 "기술보다 연결"…인재·데이터·지역 잇는 국가시스템 강조
권석준 "국내총지능(GDI) 성장률 반전 유일한 경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장기 성장률 하락 추세를 전환하기 위해선 인적자본(HI)을 혁신기술과 연결하는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 이른바 '전아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인재·수요·데이터·지역을 연결하는 국가 시스템 재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31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KDI 정책 포럼 'AI 시대, 진짜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에서 "모두의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전국민 아이디어(모두의 아이디어) 등록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세직 KDI 원장이 3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AI 시대, 진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에서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 원장은 "그 동안 우리나라 기술 정책은 소수 엘리트 기반 기술 정책이었다"면서 "대기업과 이과 연구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 많은 일반 국민(대중)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디어 하나의 성공 확률이 10%라 해도, 30명이 각자 아이디어를 낼 경우 그중 하나가 성공할 확률은 100%에 근접한다는 통계적 논리다. 정부 R&D 예산의 1/30인 1조원을 투입해 아이디어 1건당 1000만원을 지급하면 10만 건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이 중 2~3건만 비트코인급 성공을 거둬도 2000조~3000조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김 원장이 제시한 모두의 성장 해법 배경에는 '5년 1%하락의 법칙'이 있다.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이 정권과 무관하게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왔다는 게 골자다. 김영삼 정부 6%대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 1%대까지 추정되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25~26년 추세 장기성장률이 0%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성장 추락을 막지 못하면 2030년경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김 원장의 진단이다.

김 원장은 성장 추락의 원인을 인적자본 축적의 정체로 짚었다. 로버트 루카스 교수의 내생적 성장이론을 인용,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인데 한국은 90년대 이후에도 모방형 인적자본에만 투자를 지속해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특허로 보호되며 모방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AI 발달로 모방형 지식노동 자체가 무용지물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지점에서 김 원장은 한국의 'R&D 패러독스'를 언급했다.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2%대에서 5%로 늘었지만 혁신은 충분히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과 R&D의 핵심 인풋이 자금이 아니라 HI, 즉 휴먼 아이디어(Human Idea)라는 인식이 부재했던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전 정부 아이디어 공모전의 전국 1등 상금이 300만~500만원에 불과했던 사례를 들며, 아이디어에는 돈을 쓰지 않고 기술에 대한 물량투자에만 집중해온 정책 관행을 비판했다.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HI에 대한 재산권 보장 제도 ▲재정 인센티브 ▲창의력 교육이다. 이 중 첫 번째 축인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가 이날 발제의 중심을 이뤘다.

등록제의 골자는 국민이 낸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시 접수해 독창성 평가를 거친 뒤, 등록·권리 부여·구매·플랫폼 확산의 4단계로 가치화하는 방식이다. 일회성 공모전과 달리 연중 상시 등록을 받고, 원작자 이름과 함께 10년간의 소유권·재산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이를 뒷받침할 입법으로 '아이디어 재산권 보호법(Idea Property Rights)'을 언급했으며, 지식재산처와 KDI가 각각 전국민 아이디어 공모제와 KDI 정책 아이디어 등록제라는 초기 버전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인구 자체를 늘리기 위한 교육 개편도 함께 제안했다. 정답이 없는 '열린 문제'를 통해 학생과 근로자의 창의력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류근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교육의 목표 전환을 강조했다. "평균 성취를 어떻게 올릴 것인가"라는 과거의 질문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결합하고 새로 만들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도 지식 전달자·표준 경로 중심 모델에서 큐레이터·맞춤형 학습경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AI가 인적자본의 감가상각 속도를 높인다며, 역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재교육으로 회복시키는 '(s,S)형 평생교육(Learning State)' 개념을 제시하고 청년·재직자 전환훈련·CEO 교육·지역대학 혁신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고 밝혔다.

류 명예교수는 인구·가구 통계등록부, 기업통계등록부, 지역·공간 데이터를 표준화·연계하고 집행과 측정을 분리해 정책의 사전 시뮬레이션과 사후 평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 설계 원칙으로는 기본 데이터(통계등록부 중심 연계 인프라)·기본 측정(개인화 단일 통합소득지표)·기본 훈련(생애주기 반복 직업훈련, 주택연금)·기본 구제(타게팅형 기본소득) 등 '기본 4종'을 제시했다. 균등화 통합소득지표를 통해 정책 전후의 분배효과를 같은 잣대로 비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공과대학 부학장은 지능의 생산·축적을 국가 총량으로 측정하는 '국내총지능(GDI)' 개념을 제시하며 "김 원장이 말한 장기 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고 평가했다. 류 명예교수가 강조한 통계 인프라 논의를 확장해 GDP 보조지표로 GDI 위성계정을 도입하자는 정책 제언도 내놨다. 별도로 한국 제조업의 축적된 공정 노하우를 AI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자는 '제조업 2.0'과 반도체 생태계 보완 과제도 짚었다.

김재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기술은 아무 배경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기술 이전에 아이디어가 먼저 존재한다는 점에서 김 원장의 진단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창의성을 개인의 재능이 아니라 사회의 탐색 능력으로 규정하며, 정부 정책이 소수의 초격차 인물을 미리 지정하기보다 넓은 창작 기반과 독립적 평가 경로를 지키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로 안정된 직업 경로가 흔들리면 많은 사람이 "강제로 예술가가 된다"며, 이런 전환에는 소득안전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