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사 ‘7대1’…박유경 후보, 왜 줄줄이 반대했나

의결권 자문사 ‘7대1’…박유경 후보, 왜 줄줄이 반대했나

ISS·글래스루이스 등 7곳 백 후보 찬성⋯한국ESG기준원만 박유경 지지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후보를 둘러싼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는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 8곳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찬성 권고를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주요 의결권 자문사는 8곳이다. 이 가운데 ISS와 글래스루이스, 이건존스 프록시서비스, PIRC, 서스틴베스트, ESG연구소, 한국의결권자문 등 7곳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동시에 이들 7곳은 박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백 후보에 반대하고 박 후보에 찬성을 권고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문사 권고만 보면 백 후보와 박 후보의 구도가 ‘7대1’로 갈린 셈이다.

박 후보에 대한 반대 권고의 핵심은 감사위원 후보로서의 적합성과 독립성이다.

백 후보는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안진에서 약 30년간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업무를 수행했다. 반면 박 후보는 금융·투자 및 ESG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회계·감사 자체보다는 기업 분석과 투자, 기업지배구조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자문사들은 감사위원이 회계처리와 내부통제 등을 감독해야 하는 만큼 회계·감사 분야의 직접적인 전문성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결권자문은 현재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공인회계사 등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백 후보의 전문성 보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래스루이스 역시 백 후보의 회계와 내부통제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중복위임장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박 후보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독립성'이다. 박 후보는 과거 글로벌 자산운용사 APG에서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문제는 APG가 고려아연의 주주였다는 점이다. APG는 과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실제 의결권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1월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APG는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7명에 모두 반대하고 영풍·MBK 측 후보 14명에는 모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3월 정기주총에서도 고려아연 측 후보들에 반대하는 등 양측 경영권 분쟁에서 특정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가 과거 근무했던 기관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서 실제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향후 감사위원 후보의 독립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제작]

국민연금 ESG위원 경력도 변수다. 박 후보는 2023~2025년 국민연금 ESG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은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의 선임과 관련해 후보자의 과거 경력과 주요 지분·거래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과거 경력만으로 독립성 여부가 자동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업무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국 이번 자문사들의 '7대1' 판단은 박 후보의 경력 자체를 부정했다기보다 감사위원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회계·감사 전문성과 독립성을 얼마나 갖췄느냐를 놓고 백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두 후보의 경력뿐 아니라 감사위원으로서 누가 더 독립적으로 이사회를 견제하고 회사의 회계와 내부통제를 감독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