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면서 자원과 기술, 공급망 등 실물경제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짚은 책이 나왔다.
이하경 저자가 펴낸 ‘달러 없는 미래’는 달러 중심의 신용화폐 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세계 자본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경제·산업·기술·지정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저자 이하경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와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대우증권 국제금융부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 롯데손해보험 등에서 국내외 금융상품 운용과 투자 업무를 경험했으며, 현재 NH투자증권에서 글로벌 투자상품 발굴과 구조화 등을 담당하고 있다.

책은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며 기존 세계화의 전제가 약해진 상황에 주목한다. 돈이 있어도 에너지와 원자재, 반도체 등 필요한 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면서 화폐의 가치뿐 아니라 생산능력과 자원, 공급망에 대한 접근권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관점이다.
특히 AI(인공지능) 산업의 성장과 함께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희귀광물 등 실물 인프라를 둘러싼 경쟁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물리적 기반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신용의 시대’에서 ‘실물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공급망이 국가 간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기업 역시 비용과 효율성만 따지기보다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 전력·물류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주요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도 금융과 기술, 공급망을 둘러싼 복합적인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달러와 스테이블코인, AI·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과 신흥국들은 결제망과 디지털화폐,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도 담았다. 자원과 기축통화는 부족하지만 반도체·배터리·철강·조선·원전 등 경쟁력 있는 산업을 바탕으로 국가와 산업 사이의 기술·자본·공급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책은 달러 가치의 변화만으로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을 넘어 산업과 기술, 자원과 공급망이 경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만큼 어떤 자산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자본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