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돌입한 비만약⋯'편의성 전쟁' 어디까지 맞붙을까

2라운드 돌입한 비만약⋯'편의성 전쟁' 어디까지 맞붙을까

경구제부터 월 1회 주사까지⋯투약 부담 낮추는 경쟁 확대
"효능만으론 눈에 안 띄어"⋯차별화 요소 떠오른 편의성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축이 약효를 넘어 편의성까지 확장되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주 1회 주사제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1라운드였다면, 최근엔 경구제(먹는 약) 등 투약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형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주 1회 주사제가 일반적인 비만 치료제의 제형이 다변화되고 있다. [사진=챗지피티]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위고비필'은 지난달 유럽집행위원회(EC)로부터 EU 최초의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미국·영국·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에 이은 다섯 번째 승인이다.

위고비필은 기존 주사형 위고비와 동일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알약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주 1회 직접 주사해야 하는 위고비와 달리 하루 한 번 복용하는 방식으로 투약 부담을 낮췄다.

올해 1월 가장 먼저 출시된 미국 시장의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다. 최근 위고비필의 주간 처방 건수는 17만6000건을 넘어 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위고비 처방에서 경구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직전 집계 대비 2%포인트 높아졌다.

마운자로를 앞세워 노보 노디스크와 경쟁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도 지난 4월 미국에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를 허가받아 판매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첫 분기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다소 못 미치는 98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미국 3대 약제급여관리업체(PBM)의 보장망에 모두 들어간 뒤 처방이 꾸준히 증가세다. 최근엔 영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투약 횟수 자체를 크게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암젠이 개발 중인 '마리타이드'는 월 1회 투여를 기본으로 하는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베로베나타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주사제로 오는 2028년 출시가 목표다.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역량을 쏟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주에 1회만 맞도록 투여 간격을 늘린 비만 치료제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보팡글루타이드는 JW중외제약이 지난 4월 중국 간앤리파마슈티컬스로부터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신약후보물질이다.

대웅제약은 주삿바늘 대신 피부에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비만치료제 'DWRX5003'을 임상 1상에서 개발 중이다. 동국제약은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 종근당, 일동제약 등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한미약품은 투약 방식뿐 아니라 비만 치료 전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비만신약 '에페' 출시와 함께 디지털 치료제를 결합한 '디지털 융합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 목표에 맞춰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 비만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체지방을 줄이며 근육은 최대한 유지하는 '질적 감량'을 지향한다.

이런 변화는 비만 치료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비만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약효가 뛰어나더라도 환자가 투약에 부담을 느껴 치료를 중단하면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체중 감량률과 안전성뿐 아니라 복약순응도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기존 치료제들이 시장에 자리 잡은 점도 편의성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위고비·마운자로 등이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효능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효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편의성 등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더하려는 전략이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효과가 입증된 글로벌 빅파마의 치료제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가 체중 감량 효과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결국 기존 치료제와 비숫한 수준의 효과를 내면서도 투약 횟수를 줄이거나 복용을 편리하게 하는 등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