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 엑스코(EXCO)의 차기 경영진 인선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심상찮다.
엑스코가 대표이사 사장과 경영부사장, 사업부사장을 동시에 공개모집하면서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는 전춘우 현 대표이사 사장의 친정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출신 인사들이 이번 임원 공모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지원자 명단이 공식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현재 단계에서 특정인의 지원 여부나 KOTRA 출신 지원 규모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역 경제계 안팎에서 벌써부터 나오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엑스코가 KOTRA 출신들의 새로운 무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춘우 사장은 KOTRA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며 경영부사장까지 지낸 전시·통상 분야 전문가다.
전문성만 놓고 본다면 그의 KOTRA 경력은 분명 강점이다. 국제 네트워크와 해외 마케팅 경험 역시 엑스코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 사장이 이번 공모를 통해 다시 대표이사에 선임되고, 사업부사장 등 핵심 경영진 자리까지 KOTRA 출신 인사가 차지하는 상황이 현실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사람의 전문성을 영입하는 것과 특정 기관 출신 인사들이 조직의 핵심 의사결정 라인을 연이어 차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엑스코는 일반 민간기업이 아니다.
대구시가 압도적인 지분을 가진 지역의 대표적인 전시컨벤션 인프라다. 대구시민의 자산이 투입됐고 대구·경북 기업의 판로를 열고 지역 산업을 세계시장과 연결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따라서 엑스코 임원에게 필요한 능력도 단순한 ‘전시 전문가’라는 한마디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 산업구조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지역 기업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는가.
섬유·기계·자동차부품부터 로봇,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이차전지, 의료산업에 이르기까지 지역 산업의 강점과 한계를 이해하고 있는가.
지역 경제계와 얼마나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엑스코의 성장이 대구·경북 기업의 성장으로 돌아가도록 만들 능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KOTRA 출신이라는 이유로 배제해서도 안 된다. 그것 역시 또 다른 출신 차별이다.
반대로 KOTRA라는 간판이 전문성을 보증하는 ‘프리패스’가 돼서도 안 된다.
문제는 출신이 아니라 특정 출신의 집중이다.
만약 사장과 핵심 사업부문 임원까지 같은 기관 출신으로 채워진다면 임원추천위원회는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특히 이번 인사를 바라보며 지역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우려는 ‘지역 인재 배제’다.
대구·경북에도 전시·컨벤션과 기업지원, 국제통상, 산업정책 현장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축적한 인재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정작 대구를 대표하는 엑스코의 최고경영진 자리를 놓고 중앙기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유력하게 거론된다면 지역에서는 허탈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 출신을 무조건 뽑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소한 지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경쟁할 수 있는 인사구조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코가 서울의 대형 전시장과 똑같은 길을 따라가서는 경쟁력이 없다.
엑스코가 살아남는 방법은 대구·경북의 산업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가장 잘 연결하는 전시컨벤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원 인선에서도 국제적 전문성과 함께 ‘지역성’은 결코 부차적인 평가항목일 수 없다.
더구나 전춘우 사장의 재선임 여부도 이번 공모에서 함께 결정된다.
전 사장이 다시 선택되고 여기에 KOTRA 출신 사업부사장까지 선임된다면 엑스코 경영의 상당 부분을 같은 기관 출신들이 맡게 되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왜 그들이어야 하는가.
KOTRA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경쟁자보다 무엇이 뛰어났는지, 그들이 엑스코와 대구·경북에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엑스코 임원추천위원회가 경계해야 할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공모는 형식적으로 열어 놓고 결과적으로 특정 기관이나 특정 인맥 중심의 인사가 반복된다면 아무리 절차를 지켰다고 해도 시민들은 이를 ‘공정한 공모’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엑스코는 이미 과거 사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과 내정설 등 각종 인사 논란을 겪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이번 임원 선임의 잣대는 간단하다.
누구와 함께 근무했느냐가 아니라 엑스코를 어디로 끌고 갈 수 있느냐.
어느 기관 출신이냐가 아니라 대구·경북에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느냐.
그것이면 된다.
KOTRA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엑스코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엑스코 자체가 KOTRA 출신 인사들의 무대가 돼서는 곤란하다.
대구에는 KOTRA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을 가장 잘 아는 글로벌 엑스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추경호 대구시장의 최종 선택인 이번 인사가 그 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민들은 물을 것이다.
“엑스코가 언제부터 KOTRA 대구지사가 됐나.”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