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상의 디지털자산] 달러 패권의 다음 무대는 은행이 아니라 디지털 지갑이다

[김주상의 디지털자산] 달러 패권의 다음 무대는 은행이 아니라 디지털 지갑이다

김주상 한국디지털자산연구소장·IT컨설턴트·미래금융 연구자

[아이뉴스24 안영록 기자] [김주상의 디지털자산] 서울의 한 소비자가 해외 온라인 서비스 요금을 달러 기반 디지털화폐로 내고, 동남아의 수출기업이 같은 수단으로 대금을 받는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거래가 블록체인 위에서 이뤄져도 최종적으로 세계 곳곳에 유통되는 이름은 ‘달러’다. 디지털화폐 경쟁을 기술 경쟁으로만 보면 미국의 의도를 절반밖에 읽지 못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국민에게 직접 지갑을 나눠주는 단일한 형태의 디지털 달러만이 아니다. 민간회사가 발행하되 달러와 일대일 가치를 목표로 하고, 준비자산을 현금이나 단기 미국 국채로 보유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중요한 축이다.

[사진=김주상 한국디지털자산연구소장]

사용자는 코인을 쓰는 것처럼 느끼지만 그 뒤에서는 달러 표시 자산과 미국 금융시장이 작동한다.

첫 번째 효과는 달러의 유통경로 확대다. 전통적인 달러 계좌를 만들기 어렵거나 국제송금이 느린 국가에서도 인터넷과 지갑만으로 달러 가치에 접근할 수 있다. 이는 결제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자국 통화가 불안한 지역에서 달러 선호를 강화할 수 있다. IMF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지급결제에서 달러의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두 번째는 미국 국채 수요다. 발행사가 이용자에게 받은 달러로 단기 국채를 보유하면, 디지털 지갑의 성장이 미국 정부채권 수요로 연결된다. 물론, 모든 준비자산이 국채인 것도 아니고 시장 규모가 미국 국채 전체를 좌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 결제 인프라와 안전자산 수요가 연결되는 구조는 미국에 전략적 매력이 크다.

[사진=아이뉴스24 DB]

세 번째는 규칙의 수출이다. 결제수단이 널리 쓰일수록 자금세탁 방지, 제재, 이용자 확인과 준비자산 공시 같은 규범도 함께 퍼진다. 누가 지갑을 동결할 수 있는지, 어느 거래를 차단할지, 어떤 준비자산을 인정할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법과 권력의 문제다. 디지털 달러망은 결제망인 동시에 규제망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국제결제를 장악했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다. BIS는 2025년 전체 거래량이 매우 커 보이지만 실물경제의 지급 관련 흐름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봇 거래, 차익거래와 가상자산 내부 이동을 기업의 상품대금 결제와 구분해야 한다. 가능성은 크지만 실제 사용의 질을 따져야 한다.

한국에 중요한 질문은 미국의 전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데 있지 않다. 국내 소비자와 기업이 달러 디지털화폐를 편리하게 쓰기 시작할 때 원화예금은 어떻게 움직이고, 외환관리와 통화정책에는 어떤 영향이 생기며, 국내 결제기업은 어느 역할을 맡을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막는 것만으로 수요를 없앨 수 없고, 무조건 허용하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생기지도 않는다.

달러는 종이에서 계좌로, 계좌에서 프로그램 가능한 지갑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화폐를 발명한다기보다 세계가 달러를 사용하는 다음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려 한다.

미래의 통화패권은 어느 나라 돈이 준비자산인가뿐 아니라, 어느 나라의 단위와 규칙이 세계인의 지갑 첫 화면을 차지하는가에서 결정될 수 있다.

필자 소개: 김주상은 전자상거래와 기술경영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과 미래금융을 연구하는 IT컨설턴트다. 2013년 비트코인의 전자상거래 화폐 가능성을 연구했으며, 암호화폐·NFT 제공 시스템 관련 등록 특허(2023)와 저서로는 ‘100년 만에 부의 기회가 왔다(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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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록 기자(rogiy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