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경환 기자] 전남광주 광양시가 15년 만에 광양항과 일본을 잇는 국제 카페리 뱃길 복원에 나선 가운데, 과거 항로 실패를 넘어 지속 가능한 운항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업은 민선9기 박성현 광양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시는 오는 9월 3일까지 운항사업자를 공개 모집하고 2027년 상반기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화물 중심의 광양항에 국제여객 기능을 더해 물류와 관광이 공존하는 복합항만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광양~일본 카페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번 도전의 핵심은 단순히 ‘배를 다시 띄우는 것’에 있지 않다.
750명 태우는 배에 항차당 평균 195명
광양항에서는 지난 2011년 1월 1만6000t급 ‘광양비츠호’가 일본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정기운항을 시작했다.
당시 선박은 여객 약 750명과 컨테이너 200TEU를 수송할 수 있는 규모였다.
하지만 운항 첫해부터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011년 8월 말 기준 이용객은 2만4271명으로 항차당 평균 195명에 그쳤고, 화물 유치실적도 195TEU에 머물렀다. 특히 200TEU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선박이 약 7개월 동안 확보한 화물이 195TEU에 불과했다는 점은 당시 화물수요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취항 직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관광수요가 급감하고 유가까지 상승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됐다.
당시 광양~시모노세키 한 항차 운항비용은 약 6000만원으로 전해졌다. 결국 광양훼리는 누적손실 72억원, 부채 52억원 규모의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했다.
실패가 남긴 교훈은 ‘화물’
15년 전 실패가 이번 사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제 카페리는 관광객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우며 안정적인 화물 물동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뒤따랐다. 광양시는 항로 개설 당시 선사에 4년 동안 8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고 시설지원까지 포함하면 120억원 상당의 지원 규모였다는 보도도 있다. 그럼에도 수익구조를 안정시키지 못하면서 항로는 결국 중단됐다.
따라서 이번에는 선사가 취항한 이후 화물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취항 전부터 광양만권 산업단지의 일본행 고정 화물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과 석유화학을 비롯해 농수산물, 자동차 관련 제품 등 광양만권에서 발생하는 일본 수출입 화물을 분석하고 일정 수준의 고정 물동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부산 따라가기보다 ‘광양형 카페리’ 만들어야
광양항의 강점은 분명하다. 국내 대표적인 수출입 물류항만인 데다 광양만권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부산항과 여객 숫자만 놓고 경쟁하기보다 광양항의 물류 경쟁력에 전남 동부권 관광자원을 결합한 ‘광양형 카페리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객 역시 광양시민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정적인 수요 확보에 한계가 있다.
광양·순천·여수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어 일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광양항에서 입국한 일본 관광객이 광양 매화마을과 백운산을 둘러보고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여수의 해양관광지를 방문한 뒤 다시 광양항에서 출국하는 2박3일 또는 3박4일 남해안 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결국 광양항을 단순한 카페리 출발지가 아니라 일본 관광객이 전남 동부권으로 들어오는 국제관광 관문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박성현 시장, 과거 실패를 ‘성공의 데이터’로 바꿀 수 있나
광양시도 과거 실패를 의식하고 이번에는 안정적인 운영모델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는 사업계획과 항로 제안서를 평가해 ‘우선 협력 선사’를 선정하고 국제여객터미널 등 항만 인프라 활용, 출입국·세관·검역(CIQ) 협의, 배후 화물 및 여객 유치, 전담 행정지원 창구 운영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한국해운협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재무건전성과 운항능력을 갖춘 우량선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광양훼리의 실패 이후 2015~2016년에도 광양~시모노세키 카페리 재취항이 추진됐다. 당시에는 700명과 300TEU를 수송할 수 있는 2만~3만t급 선박까지 검토됐지만 실제 안정적인 정기항로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만큼 국제 카페리 사업은 ‘취항’보다 ‘지속 운항’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성현 시장은 “이번 국제 카페리 항로 개설은 광양항을 남해안 해양관광과 글로벌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경쟁력 있는 우량 선사가 참여해 한일 해상 물류와 관광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5년 전 광양항의 일본 뱃길은 1년여 만에 멈춰 섰다.
그러나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번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취항 전에 충분한 고정 화물을 확보하고, 재무적으로 안정된 우량선사를 선정하며, 일본 현지에서 광양·순천·여수를 연결하는 관광객을 끌어온다면 15년 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박성현 시장의 진짜 성적표는 2027년 상반기에 카페리를 띄우느냐가 아니라, 그 뱃길을 1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국제항로로 정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이경환 기자(kh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