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진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지금도 사건 하나가 수개월씩 경찰서에 머무는 현실에서 경찰의 수사 권한이 더 커진다면 과연 누가 경찰을 견제할 것인가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을 앞두고 정치권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한다. 검찰에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개혁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제도를 평가하는 기준은 권력기관의 간판이 아니다.
국민의 사건이 제대로, 공정하게, 신속하게 처리되느냐가 기준이어야 한다.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뿐 아니라 보완수사권도 폐지했다. 앞으로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토하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며 경찰은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처리하도록 했다. 피해자 등의 이의신청과 장기 수사 등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보완책으로 마련됐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경찰 수사의 지연 문제가 이미 지적돼 왔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경찰청 등에 대한 정기감사를 통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사건 처리 지연과 보완·재수사 사건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 전후 경찰 접수 사건은 28.6%,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은 18.1% 증가했지만 수사 인력 증원은 8.8%에 그쳤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찰은 보완수사와 재수사 기간까지 포함한 '전체 수사 기간'을 별도로 통계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이 별도 통계를 토대로 추정한 2024년 보완·재수사 사건 처리기간은 140.9일이었다. 감사원은 경찰이 수사의 신속성과 완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경찰의 반론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경찰은 경찰 단계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이 2021년 64.2일, 2022년 67.7일에서 2023년 63일, 2024년 56.2일, 2025년 8월 기준 54.4일로 감소했다며 수사권 조정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이 제시한 전체 형사사건 처리기간 통계는 다른 흐름을 보이면서 양 기관 사이에 통계 산정 방식을 둘러싼 논쟁까지 벌어졌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경찰과 검찰 가운데 어느 기관의 통계가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날부터 최종적인 사법 판단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경찰에서 60일, 검찰에서 60일을 각각 처리했다고 해서 국민에게 사건 처리기간이 60일인 것은 아니다.
보완수사가 반복되고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면서 6개월, 1년이 걸린다면 당사자가 체감하는 수사기간은 그것이 전부다.
더욱이 수사지연은 단순한 행정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다.
피의자에게는 혐의를 벗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시간이고 피해자에게는 피해 회복이 늦어지는 시간이다. 사업자는 거래처와 신용을 잃을 수 있고 직장인은 직업을 잃을 수 있다. 가족까지 수사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수사기관 입장에서 사건은 수많은 사건번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거창한 형사사법개혁을 외쳐도 국민에게는 개혁으로 체감되기 어렵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에는 경찰 수사의 '첫 단추'가 더욱 중요해진다.
초기 수사가 부실하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했을 경우 검사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거나 관계자를 조사해 바로잡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검사는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결국 최초 수사를 담당했던 기관이 자신의 수사를 다시 보완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법은 경찰의 보완수사 이행기간을 원칙적으로 1개월로 제한했고 일정한 경우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장기간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 고소인 등이 관서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그러나 기한을 법에 적는 것과 현장에서 기한이 지켜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건이 몰려 있는데 수사관이 부족하다면 법정 처리기한만 만든다고 사건이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사관 한 명이 감당하는 사건이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경제·금융·사이버 범죄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결국 사건은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완수사 요구까지 집중된다면 새로운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는 경찰의 권한 확대와 함께 경찰 견제 시스템을 동시에 논의했어야 한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만으로 충분한지, 장기 미제 사건을 누가 점검할 것인지, 부실수사가 반복되는 사건을 누가 다시 들여다볼 것인지, 수사관의 자의적 판단이나 편향 가능성을 어떤 외부기관이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사를 받는 사람의 권리 역시 피해자의 권리만큼 중요하다.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유죄를 의미하지 않는다. 피의자에게도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가 있다. 혐의가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방법이다.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일선 경찰관에게 책임만 떠넘기면서 수사권 확대에 따른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나 공권력에 대한 존중과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강한 권한일수록 강한 견제가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권력 집중을 비판했다면 그 논리는 경찰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검찰의 권한을 경찰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개혁이 완성되지 않는다.
검찰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폐지하면서 경찰의 수사 권한은 커졌는데 경찰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장치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검찰 권력'이 '경찰 권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히 이미 수사지연과 보완·재수사 관리 문제가 공식 감사에서 지적된 상황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형사사법개혁의 성패는 검찰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경찰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사건 처리기간은 짧아졌는가. 억울한 사람을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가 부실수사를 다른 기관이 실질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가 수사기관의 잘못된 판단에 국민이 효과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답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이름은 '개혁'일지 몰라도 국민이 경험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검찰개혁이 또 하나의 거대한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경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기관의 이름이 무엇이든 위험하다.
보완수사권 폐지 시행을 앞둔 지금 정치권이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권력기관 사이의 힘겨루기가 아니다.
오늘도 어느 경찰서 책상 위에서 수개월째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들이다.
이미 지연되고 있는 수사를 그대로 둔 채 권한부터 더 얹는다면, 국민은 묻게 될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잘못하거나 늦게 하면, 이제 누가 바로잡는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되기 전에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수원=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