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6일(현지시간) 또 투자자들 앞에 섰다.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다.
시장이 궁금해한 것은 이미 나온 실적보다 앞으로였다. 천문학적인 돈이 인공지능(AI)에 쏟아진 지 수년째인 만큼 투자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었다.

황 CEO는 직접 답했다. 엔비디아의 2028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70% 늘어날 것이라는 이례적인 장기 전망을 내놓으며 AI 수요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적 발표 직후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콘퍼런스콜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망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순간 CEO가 직접 질문을 받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애플과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 CEO들이 실적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석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숫자를 설명한다면 CEO는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한다.
국내는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매 분기 콘퍼런스콜을 열지만 CEO보다는 CFO와 주요 경영진, 사업 담당 임원들이 주로 나선다. 실적과 현금흐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 등은 담당 임원이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실무의 영역은 아니다. AI 호황이 얼마나 오래갈 것으로 보는지,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 등은 결국 최고경영진의 판단에 관한 문제다.
미국 CEO들이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법적 책임이 가벼워서만은 아니다. 미국은 경영진 발언에 따른 증권 소송 위험이 큰 대신 일정 요건을 갖춘 미래 전망에는 미래예측진술 면책조항(safe harbor)을 두고 있다.
한국 역시 공정공시 제도와 전망정보에 대한 면책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CEO가 컨퍼런스콜에 나서는 데 특별한 제도적 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의 관행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됐다. 개인투자자들도 실적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자본배분, 주주환원 정책까지 따진다. 시장은 달라졌는데 기업의 설명 방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국내에서도 변화를 시도한 곳이 있다. 코웨이는 올해 1분기부터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는 실적 콘퍼런스콜을 시작했다. 서장원 대표는 첫 컨퍼런스콜에 이어 최근 2분기에도 직접 투자자 앞에 섰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서 대표는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말레이시아 벽걸이 에어컨과 세탁건조기 판매 1위, 태국 정수기 판매 1위 등의 성과를 소개했다. 태국에서는 2년 안에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자회사 코웨이엔텍이 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 공장의 수처리 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도 직접 알렸다.
코웨이를 정수기와 렌털 회사 정도로 알고 있던 투자자라면 CEO의 설명을 통해 이 회사가 해외에서 무엇을 팔고, 어떤 사업을 키우고 있는지 한층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웨이는 CEO의 컨퍼런스콜 참여를 시작하며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설명(IR) 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겠다고 했다.
CEO가 매 분기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숫자와 개별 사업은 CFO와 담당 임원이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CEO가 등장한다고 기업가치가 저절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직접 밝히는 만큼 책임도 커진다.
그럼에도 회사의 미래에 관한 중요한 판단은 그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직접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엔비디아가 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코웨이가 시작했다. 한국 기업이라고 못 할 일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자본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AI와 HBM 시장의 미래부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주주환원까지 최고경영진에게 묻고 싶은 질문도 많다.
법도 바뀌고 시장도 달라졌다. 주주의 눈높이 역시 과거와 같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CEO가 어느 날 실적 컨퍼런스콜에 직접 등장해 투자자들의 질문을 받는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장이라면 그 변화를 새로운 신뢰의 시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