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심사결정서·치매검진·자율주행 데이터까지…공공데이터 내년 개방

산재 심사결정서·치매검진·자율주행 데이터까지…공공데이터 내년 개방

의료영상 AI판독 알고리즘, 산재보험 심사결정서도 개방 목록에 포함
자율주행차 도로환경 주행데이터는 "내년 시범개방 후 확대추진"
인체치수 데이터엔 "외국의 무단사용 예방 방안 검토"라는 단서도
韓총리, '데이터 관계장관회의' 주재 결과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산재보험 심사결정서와 자율주행차 도로환경 특화 주행 데이터가 내년에 공공에 개방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이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5월 범정부 데이터 총괄기구로 신설된 데이터 관계장관회의의 두 번째 회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차관과 국가AI전략위원회 데이터분과장 등이 참석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제1차 범부처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 주재 (8.14, 정부서울청사)

한 총리는 회의에 앞서 "최근 공무원들이 개발한 AI서비스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공공 AI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기반은 공공데이터"라며 "공공데이터는 오랜 기간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축적된 대체불가 국가자산으로, 양질의 공공데이터가 적극 개방되고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글로벌 AI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데이터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구축된 것으로 개방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라며 "그동안 관행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개방한 부분은 없었는지 되짚어볼 것"을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두 개 안건이 논의됐다.

첫 번째 안건은 'AI·고가치 공공데이터 Top 100 조기 개방 추진방안'이다. 행정안전부는 AI 개발 수요가 높고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공공데이터 100종을 선정해 개방하는 '고가치 공공데이터 Top 100' 사업의 완료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개방 계획은 2025년 10종(완료), 2026년 25종(추진 중), 2027년 65종(당초 2027년 30종·2028년 35종에서 조정)으로 재편됐다. 행안부는 지난해 개방한 10종의 데이터가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낸 점을 조기 개방의 근거로 들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개방된 고품질 공공데이터는 이번 Top 100 25종을 포함해 267개에 달하며, 이를 활용한 민간 서비스는 3,625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병원 예약 서비스 '굿닥', 날씨정보 서비스 '케이웨더' 등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데이터 보유기관은 조기 개방을 위해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와 세부이행계획 수립에 나서고, 국무조정실 이행점검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관리하기로 했다.

이번 조기화로 눈여겨볼 대목은 목록(46종) 안에 담긴 개별 데이터의 면면이다.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율주행차 도로환경 특화 주행 데이터'에는 "'27년 시범 개방 후 확대 추진"이라는 설명이 달려,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가 앞당겨진 개방시한인 내년(2027년) 안에 시범 공개된다. 나머지 항목들도 완료 시점이 2028년에서 2027년으로 통째로 당겨진 목록에 함께 들어 있어, 개별 개방 연도가 못박히지는 않았지만 늦어도 내년까지는 열리는 흐름을 타게 된다.

목록에는 고용노동부(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심사결정서 데이터',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의 '치매 검진 데이터'와 '실시간 소아·산부인과 응급진료 현황 데이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 영상 AI 판독 알고리즘 데이터'와 '의료 영상데이터'도 이름을 올렸다. 산재 인정 여부를 다투는 심사결정서와 의료영상 판독 알고리즘까지 AI 학습용 공공데이터로 풀린다는 점에서, 노동·의료 분야 AI 서비스 개발에 곧바로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부(국가기술표준원)가 보유한 '한국인 인체치수 형상 데이터'에는 "외국의 무단사용 예방 방안 검토"라는 단서가 별도로 달려 있어, 국내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신체치수 데이터가 해외로 그대로 흘러 나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 서울시의 '도심 스마트 교차로 CCTV 데이터', 법무부의 '외국인 여권 진위확인용 데이터'도 목록에 포함됐다.

저작권 이슈가 있는 문화·학술 데이터도 상당수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 정보 종합 데이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종합 데이터',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 영화 멀티모달 데이터'에는 모두 "저작권 만료된 데이터 우선 개방"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공공누리 AI유형 전환 대상 37종에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법무부), 공무원 시험문제(인사혁신처), 국가전문자격 시험지 및 정답(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상담 사례 질문답변 등도 포함돼, 시험 문제은행과 법률 상담 데이터까지 AI 학습에 개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안건은 '독자 AI모델 고도화를 위한 공공데이터·저작물 지원방안'이다.

정부는 올해 8월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예팀에는 33개 부처·기관이 관리하는 공공데이터·저작물 50종, 약 2,393만 건이 이미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역사자료, 국방부·경찰청 보고서 및 간행물, 조세심판원 결정서 등이 포함됐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는 정예팀의 추가 요청을 바탕으로 관계부처가 보유한 102종의 공공데이터·저작물에 대해 정예팀 제공 가능 여부와 AI기업 전체 제공 가능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정예팀에 제공 가능한 64종 가운데 37종은 저작권·개인정보 문제가 없어, 모든 AI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누리 'AI유형'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공누리 AI유형은 올해 1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신설된 이용허락 표시 유형으로, AI 학습에 공공저작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확인된 37종 외에도 각 부처가 소관 공공저작물의 공공누리 부착 현황을 자체 점검해 AI유형 부착을 우선 검토하도록 하는 한편, 공공저작물 개방 확대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각 부처에서는 공공 분야에서 AI 활용을 높이기 위해 공공데이터 개방, 공공누리 제도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민간 현장에서까지 AI·AX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