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자율주행차 200대 달린다⋯"E2E 전환·데이터 확보 서둘러야"

광주서 자율주행차 200대 달린다⋯"E2E 전환·데이터 확보 서둘러야"

고한범 박사,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도시 성공전략 토론회서 밝혀
11월부터 광주 시내 자율주행차 투입⋯단계별 완전무인화로 '레벨 4' 구현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광주에서 국내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자율주행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공지능(AI)이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차량의 인지부터 판단, 제어까지 수행하는 '엔드투엔드(E2E)'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AI·소프트웨어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한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박사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도시 성공전략 토론회'에서 "기존의 룰베이스(Rule-based) 자율주행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E2E 기술로 전환해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SWM이 운영 중인 구역형 자율주행 로보택시 KGM '코란도 EX'. [사진=KG모빌리티]

E2E 방식은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수집한 영상과 도로 정보를 AI 신경망이 학습해 차량의 인지부터 판단, 제어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미리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차량을 제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 박사는 중국과 미국 등이 자국 내 실증 구역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에서도 다양한 기후와 도로 환경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광주라는 도시 전체를 실증 모델로 삼아 다양한 교통 상황을 학습하고, 참여 기관들이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플라이휠은 차량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 학습과 기술 개선에 다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기술 시연 장면 [사진=설재윤 기자]

다만 E2E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기범 가천대 교수는 "엔드투엔드 방식은 데이터 기반 학습 특성상 발생 빈도가 낮은 '엣지케이스(예외 상황)'를 학습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지워지거나 흐릿한 차선처럼 불완전한 데이터가 입력되면 잘못된 행위를 정답으로 오인해 학습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엣지케이스는 평소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말한다. 자율주행차가 이런 상황까지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제 주행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대규모 데이터 축적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이 사고를 내는 이유도 5년이나 10년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돌발 상황인 엣지케이스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율주행차 역시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한 대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수백 대의 차량이 해당 데이터를 공유해 함께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로 차량을 투입해 데이터를 쌓을수록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천정환 부장(한국도로교통공단), 노희옥 단장(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 최성진 본부장(한국자동차연구원), 이동현 과장(전남광주통합특별시), 차현록 지회장(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하성용 학회장(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이광우 팀장(국토교통부 AI자율주행혁신팀), 손두영 국장(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영하 이사(RideFlux), 이천환 교수(전남대학교), 고한검 책임연구원(자동차안전연구원), 이기범 교수(가천대학교), 한지형 대표(오토노머스에이투지) [사진=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자율주행 실증사업을 광주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체질 개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 지역 부품업체 상당수는 차체와 섀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분야에 집중돼 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증사업을 계기로 지역 기업들이 AI와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희옥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 혁신전략추진단장은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고 사업을 공공화해야 한다"며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광주·전남 기업들의 신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승객의 안전뿐 아니라 승차감과 심리까지 고려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천환 전남대 교수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아직 멀미나 어지러움 등 승차감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며 "인간 중심의 자율차 실증센터 인프라를 구축해 탑승자의 생체·심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이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국제 표준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오는 11월부터 아이오닉 5 등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 200대를 순차적으로 투입해 실증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기에는 안전 확보에 집중한 뒤 단계적으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무인 주행을 추진해 최종적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에는 현대차를 비롯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라이드플럭스 등 주요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이 참여한다.

정부는 광주 실증사업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율주행 상용화 로드맵'에 따르면 광주 실증도시의 자율주행차 운행 규모는 기존 200대에서 1000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광주 외에도 전국 4~5개 주요 도시에 약 3000대의 자율주행차를 추가 투입해 대규모 도로 데이터를 확보한다. 수집한 데이터는 표준화한 뒤 기업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고한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박사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증도시 성공전략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광주=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