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농촌 마을에서 마트와 식료품점이 사라지면서 고령층을 중심으로 불거진 이른바 ‘식품사막(Food Desert)’ 문제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할 정책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갑)은 지난해 국정감사 후속 입법으로 대표 발의한 ‘식품사막화 방지법’ 2건 가운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이 반영된 대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7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해당 개정안의 본회의 가결 사실을 밝혔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단순히 식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이 거주지역에서 필요한 식품을 실제로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특히 법률에 ‘식품접근성’ 개념을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제도적 근거를 뒀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년마다 식품접근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가와 지자체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지역먹거리계획과 농촌주민 복지정책에도 식품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반영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별 지역이나 사업 단위에서 다뤄졌던 먹거리 취약지역 문제가 국가와 지방정부의 중장기 정책과 연계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사막은 주거지역 주변에 신선식품이나 일상적인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점포가 부족해 주민들이 식료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대중교통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에서는 식료품점 한 곳의 폐업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를 기준으로 전국 3만7천563개 행정리 가운데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점포가 없는 지역은 2만7천609곳으로 약 73.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촌지역 10곳 가운데 7곳 이상에서 마을 안 식료품점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순히 장을 보기 불편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이용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교통약자의 경우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고 이동수단이 충분하지 않으면 신선한 채소·과일 등 다양한 식품을 제때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또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 상권 축소가 맞물리면서 소규모 슈퍼마켓이나 식료품점의 폐업이 다시 주민 생활환경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식품 접근성 격차를 지역소멸과 연결된 문제로 보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과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개정으로 향후 정부와 지자체가 식품접근성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지역별 여건에 따라 이동형 장터나 배송 서비스, 지역 먹거리 유통망 확충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할 수 있는 여지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식품접근성을 개인의 이동 문제나 민간 유통업체의 경영상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와 지방정부가 살펴야 할 생활 기반의 하나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 주민의 삶의 질과 복지정책을 먹거리 공급망과 연결해 접근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소병훈 의원은 “식품접근성 문제는 지역의 인구구조와 교통, 유통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고 식품사막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먹거리 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 의원은 이번 개정안과 함께 식품사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발의한 ‘국민영양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통과에도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소 의원은 “함께 발의한 ‘국민영양관리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안 통과로 식품사막 문제가 제도권 정책 의제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과제는 실태조사 결과를 실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지역별 교통 여건과 고령화 수준, 식품 판매시설 분포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지역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