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퇴직금으로 요구한 443억5775만원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오히려 회사에 11억72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남양유업은 400억원대 현금유출 부담을 덜어낸데 이어 전 오너와 얽힌 보수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27일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임원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홍 전 회장 청구를 기각했다. 남양유업이 홍 전 회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반소는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홍 전 회장이 회사에 11억7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 비용도 90%를 홍 전 회장이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이번 재판 핵심은 퇴직금 산정기준이 된 홍 전 회장 보수가 적법했는지 여부다. 홍 전 회장은 퇴직 당시 임원퇴직금지급규정 등을 근거로 443억5775만원을 요구했다. 해당 규정은 일반 임원 재직 1년당 월 보수액 2개월치를 적용한 반면 회장에게는 7개월치를 적용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홍 전 회장 보수 근거가 된 2023년과 2024년 이사 보수한도 주주총회 결의가 법원에서 취소되며 퇴직금 산정 전제가 무너졌다. 법원은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던 홍 전 회장이 본인 보수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행위를 상법상 특별이해관계인 의결권 행사로 판단했다. 관련 취소 판결은 이후 확정됐다.
홍 전 회장 측은 보수 관련 결의가 취소됐더라도 실제 근무한 기간은 퇴직금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남양유업은 적법한 보수 근거가 없는 기간을 토대로 퇴직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남양유업 측 손을 들어줬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도 작지 않은 사안이었다. 홍 전 회장이 요구한 443억5775만원은 남양유업이 올해 추진한 주주환원액 약 310억원보다 43%가량 많다. 앞서 남양유업은 올해 배당 112억원과 자사주 취득·소각 200억원 등을 추진했다.
퇴직금 지급이 현실화됐다면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웃도는 현금이 전 오너에게 흘러갈 상황이었던 셈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판결로 현금유출 위험을 피한데다 반대로 11억원대 자금을 회수할 발판을 마련했다.
경영권이 한앤컴퍼니로 넘어간 뒤 이어진 '옛 오너리스크'를 일부 걷어냈다는 의미도 있다. 홍 전 회장은 2024년 경영권을 넘기고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다. 별도로 횡령·배임혐의 형사재판도 진행중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인 만큼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홍 전 회장 측이 항소할 경우 400억원대 퇴직금을 둘러싼 법적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023년 홍원식 전 회장의 '셀프보수' 소송을 이끈 심혜섭 전 남양유업 감사(변호사)는 "합리적인 결과"라며 "이번 판결이 지배주주 보수·퇴직금 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통제하고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