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싼 승부처가 정치적 합의에서 ‘헌법적 정당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는 단계를 넘어 특별법이 국회 심사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권과 평등원칙, 주민투표, 중앙권한 이양 등 곳곳에 도사린 법적 쟁점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북도가 국내 헌법학자들과 손잡고 사실상 ‘TK행정통합 법리전’에 돌입하는 배경이다.
경북도는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미래를 위한 헌법, 그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제8회 헌법학자대회’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일반적인 학술대회의 성격을 넘어선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의 조기 처리를 뒷받침할 헌법적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고 향후 국회 심사에서 제기될 법적 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경북도는 이미 지난 6월부터 한국헌법학회와 함께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보완과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을 먼저 추진하면서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이른바 ‘선(先)추진-후(後)보완’ 전략의 법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제4분과 ‘지방분권과 통합’ 세션이다.
쟁점은 크게 네 갈래다.
첫 번째는 ‘대구와 경북을 합쳐 새로운 광역자치체제를 만드는 것이 헌법상 지방자치 원리에 부합하는가’다.
행정구역을 단순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법적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는 만큼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확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중앙정부 권한 이양이다.
통합의 실익을 확보하려면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사무와 재정권한을 대폭 넘겨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가와 지방의 사무를 어디까지 나눌 수 있는지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뒤따를 수 있다.
경북도와 헌법학계는 이를 ‘보충성의 원칙’과 연결해 중앙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주민과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 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세 번째이자 향후 가장 첨예할 수 있는 쟁점은 ‘특례가 특혜냐’는 문제다.
통합 대구경북에 다른 지방정부보다 강력한 재정·행정 특례가 주어질 경우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북도가 준비하는 논리는 명확하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부여하는 특례는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합리적 이유가 있는 정당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이를 방어할 핵심 법리가 될 전망이다.
네 번째 뇌관은 주민투표다.
대구경북 통합이라는 광역 행정체제 개편에서 주민투표가 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다면 주민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주민 의사 반영의 법적 기준을 정리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차단할 대응 논리를 모색한다.
통합 이후 현실적인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광역단체 조직을 어떻게 합칠 것인지부터 공무원 인사와 조직, 재산과 채무 승계 등 실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헌·위법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한다.
결국 이번 헌법학자대회의 성패는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얼마나 설득력 있는 ‘통합할 수 있다’는 법리로 바꾸느냐에 달렸다.
경북도가 행정통합을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연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구경북 통합을 두 지역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기 위한 국가적 지방분권 모델로 격상시켜 헌법적·정책적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에는 서보건 한국헌법학회장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등 200여명의 헌법학자가 참석해 기조발제와 분과별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큰 방향성에는 이미 도민과 도의회 등 지역사회 전체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에서 도출된 헌법학자들의 법리적 성과를 토대로 국회를 적극 설득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과감히 이양받아 지방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