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북의 산업 물류부터 울릉공항 관광수요, 산간지역 교통안전까지 지역 곳곳의 ‘막힌 길’을 뚫고 위험한 길을 바로잡는 5749억원 규모 도로사업이 국가사업 추진의 핵심 관문을 한꺼번에 넘어섰다.
특히 2028년 울릉공항 개항에 대비한 울릉 사동~도동 우회도로와 대구·고령 산업권을 연결하는 논공~하빈 도로가 포함되면서 경북의 산업·관광 교통망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경북도는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2026~2030)’에 포함될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한 일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북지역 5개 사업, 총연장 35.9㎞, 총사업비 5749억원이 최종 통과했다고 27일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전날 제7차 재정투자평가위원회를 열어 관련 사업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도로사업 5건이 예타 문턱을 넘었다는 데 있지 않다.
산업 물류망 확충과 울릉공항 접근성, 겨울철 도로 단절, 고령자 보행안전, 상습 교통사고 위험 등 경북 각 지역이 안고 있던 서로 다른 교통 현안을 동시에 국가 도로사업으로 풀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전체 사업 가운데 신설은 논공~하빈과 울릉 사동~도동 2곳이다.
논공~하빈 국지도 67호선은 달성군 논공읍에서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거쳐 달성군 하빈면을 연결하는 7.6㎞ 왕복 2차로 도로다. 총사업비 1564억원이 투입된다.
대구와 고령 간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면서 주변 산업단지의 물류 연계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 입장에서는 고령 산업권을 대구 달성지역 산업벨트와 보다 촘촘하게 묶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도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은 총사업비 1638억원의 울릉 사동~도동 국지도 90호선이다.
울릉 일주도로에 2.7㎞의 우회도로를 신설해 기존 병목구간을 해소하고 교통안전을 높이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2028년 울릉공항 개항 이후 예상되는 관광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항을 통해 울릉도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더라도 섬 내부 도로망이 이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공항 개항 효과 역시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울릉공항 이후’를 준비하는 교통 인프라가 이제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머지 3개 사업은 ‘새로운 길’보다 ‘안전한 길’에 방점이 찍힌다.
포항 청하~죽장 국지도 68호선은 856억원을 들여 7.8㎞ 구간을 개량한다.
이 구간은 겨울철 잦은 적설과 결빙으로 통행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선형이 불량한 구간의 사고 위험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사업이 완료되면 산간지역 주민들의 겨울철 이동권과 교통안전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 풍천~풍산 국지도 79호선은 11.8㎞ 구간에 1119억원을 투입한다.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에 보행공간을 확보하고 불량한 도로 선형을 개선해 차량과 보행자 모두의 안전성을 높이는 사업이다.
상주 내서~연원은 572억원을 투입해 6㎞ 구간을 개량한다. 잦은 교통사고 발생지점의 구조를 개선해 잠재적 사고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예타는 단순한 경제성만으로 사업을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분석과 함께 지역균형발전 영향, 고용·환경·안전 등 정책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AHP 0.5 이상인 사업에 타당성을 인정했다.
인구와 교통량이 수도권보다 적어 경제성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방 도로사업에 ‘지역균형발전’과 ‘안전’의 가치가 함께 반영됐다는 의미다.
다만 예타 통과가 곧 착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총사업비 500억원 미만 사업까지 국토교통부가 추가 선정한 뒤 오는 9~10월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이 최종 확정된다.
이후 내년부터 사업별 우선순위에 따라 기본·실시설계가 순차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따라서 경북도가 앞으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5개 사업의 우선순위를 얼마나 끌어올리고 필요한 국가예산을 적기에 확보하느냐가 실제 착공 시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우리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 국가 차원의 핵심 교통사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국가 간선도로망 확충과 광역교통망 연계 구축사업이 조속히 착공·완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5749억원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속도’다. 예타라는 문턱을 넘은 5개의 선이 실제 도로가 돼 산업현장과 관광지, 주민들의 일상을 얼마나 빨리 연결하느냐가 이번 성과의 진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