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펜싱에 AI 입혔다…"1시간 전력 분석, 10분으로 단축" [현장]

SKT, 펜싱에 AI 입혔다…"1시간 전력 분석, 10분으로 단축" [현장]

경기 영상 자동 분할·득실점 장면 추출…선수 움직임까지 데이터화
아시안게임서 실전 활용…2028 LA올림픽까지 분석 체계 고도화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상대의 선제적인 전진 속도에 밀려 반응이 늦었습니다. 상대가 거리를 좁혀올 때 백스텝으로 물러나기보다는 미리 칼끝을 세워 위협을 주거나 공격 타이밍에 맞춰 선제적인 콩트르-아타크로 전환하는 전술적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SK텔레콤의 펜싱 인공지능(AI) 전력분석 시스템 'SKT-팬(FAN, Fencing AI Nexus)'이 실제 경기 영상을 분석한 결과다. SKT-팬은 경기 영상을 분석해 득·실점 장면과 선수 움직임을 데이터화하고이를 토대로 보완점을 제시해준다.

최종혁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매니저가 26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자체 펜싱 인공지능(AI) 전력분석 시스템 'SKT-FAN(Fencing AI Nexus)'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SK텔레콤은 26일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팀 SKT 아시안게임 출정식'을 갖고 SKT-팬을 언론에 공개했다. SKT-팬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펜싱 국가대표팀에 제공된다.

AI가 경기 쪼개고 움직임 추적…반복 업무 자동화

SKT-FAN은 컴퓨터 비전과 센서리스 모션 캡처 기술 등을 활용한다. 경기 영상을 시스템에 올리면 AI가 점수 변화 시점을 인식해 경기별 영상을 나누고 득·실점 장면을 자동으로 추출한다. 별도의 고가 웨어러블 센서 없이 영상 속 선수의 관절 위치와 움직임도 추적해 데이터로 변환한다.

반복 작업에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했다. 최종혁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매니저는 "기존에는 전력분석관이 20분가량의 한 경기를 분석하는 데 평균 1시간 정도가 걸렸다면 SKT-팬을 활용하면 자동 분할과 하이라이트 추출까지 약 10분 내외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6~8시간 분량의 대회 영상을 전력분석관이 직접 경기별·선수별로 잘라내고 주요 장면을 다시 추리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반복적인 영상 분석 업무의 90% 이상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분석 결과는 단순한 영상 요약에 그치지 않는다. 종목별 특성이 다른 플뢰레·에페·사브르의 규칙과 전술을 사전에 학습시켜 선수별 공격 패턴과 장단점 등을 보고서 형태로 제공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별도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필요한 경기와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펜싱 인공지능(AI) 전력분석 시스템 'SKT-FAN(Fencing AI Nexus)'이 제공하는 AI 전술 판정 보고서 문구 이미지. [사진=안세준 기자]

"설명 어려웠던 부분까지 AI가 척척"…현장서도 호평

원우영 사브르 국가대표 코치는 "기존에도 선수들과 영상을 보며 성향과 스타일을 분석했지만 AI가 스텝이나 동작의 미세한 변화까지 풀어서 설명해 주는 부분이 도움이 된다"며 "선수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AI 분석 결과를 활용하면서 소통하기가 한층 편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보완할 부분도 있다. 원 코치는 "동작뿐 아니라 칼의 라인까지 분석할 수 있으면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 선수의 불이 동시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심판 판정까지 세밀하게 분석해주는 부분도 추가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SK텔레콤은 AI가 코칭스태프나 전력분석관을 대체하는 시스템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매니저는 "AI가 잘할 수 있는 반복 업무를 맡고 전력분석관과 코치는 선수들과 토론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 더 집중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기존에 주요 선수와 주요 대회 위주로 분석했다면 앞으로는 유망주 등 더 많은 선수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묵지를 데이터로…SKT "LA올림픽까지 실시간 분석 고도화"

SKT-팬은 올해 초 개발에 착수해 일정 기간 베타 테스트를 거쳤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실제 훈련 과정에서 사용하며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시안게임에서 수집한 피드백을 반영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대회 도중에도 실시간에 가깝게 전력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매니저는 "전력 분석의 목적은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가진 경험과 전술적 직관이라는 암묵지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와 리포트 형태의 형식지로 바꾸는 것"이라며 "데이터가 쌓일수록 분석은 더욱 정교해지고 대한민국 펜싱만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24년째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선수단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펜싱 전력분석 시스템 외에도 의무 트레이너와 전력분석관을 추가 파견할 계획이다.

/충북 진천군=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