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90%가 넘는 행정소송 승소율을 앞세워 왔지만, 정작 법원에서 과징금 산정 방식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기업에 돌려준 금액이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1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 드러난 승소율과 실제 환급 규모 사이의 간극이 매년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부산 북구을)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공정위의 과징금 순환급액은 1065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환급액 698억4400만원보다 52.5% 많은 규모로, 2022년(880억8100만원)·2023년(555억200만원)·2024년(974억8800만원) 등 최근 4년치 연간 환급액을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절반 시점에 불과한 7월까지의 실적이 이미 최근 4년간 최고치를 넘어섰다.

공정위 통계연보 기준 확정판결 행정소송 승소율은 2021년 90.9%, 2022년 91.1%, 2023년 89.6%, 2024년 92.8%, 2025년 94.1%로 매년 90% 안팎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이 승소율에 '일부 승소'도 승소 1건으로 잡힌다는 점이다. 법원이 위법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과징금 산정 방식에 제동을 걸어 수 십억~수 백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사건까지 승소 건수에 포함된다. 사건 건수로는 이겼지만, 금액으로는 돌려주는 셈이다.
최근 10년간(2017년~2026년 7월) 공정위가 행정소송·직권취소 등의 사유로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 순환급액은 7196억23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행정소송에 따른 환급액이 554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잘못 부과한 과징금을 돌려주며 함께 지급한 환급가산금(이자)도 최근 10년간 525억5400만원에 달했다. 과징금과 이자를 합치면 국고에서 되돌려준 금액은 7721억7700만원으로 늘어난다. 잘못 매긴 과징금은 기업에 돌려주고, 그에 따른 이자는 세금으로 물어주는 구조다.
징수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7월까지 결산상 징수결정액은 1조7405억9300만원인데, 미수납액이 1조3065억6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납기미도래가 7732억6900만원, 법원의 집행정지 등에 따른 징수유예가 4530억78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기존 0.5%에서 10%로 20배 올리는 등 제재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의 불복 소송도 거세질 수밖에 없어, '얼마나 세게 때리느냐'보다 '법원에서도 끝까지 유지되는 처분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훈 의원은 "공정위의 허술하고 정교하지 못한 과징금 처분으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에 국민 혈세로 이자까지 돌려주는 국고 낭비가 반복되고 있다"며 "건수 위주의 승소율 착시에서 벗어나 과징금 산정 기준을 원점에서 엄밀히 다듬고 실질적인 처벌 유지율을 높여 법 집행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