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박은빈·양세종의 연기시너지 담은 복합장르 ‘오싹한 연애’의 성과는?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박은빈·양세종의 연기시너지 담은 복합장르 ‘오싹한 연애’의 성과는?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없다면? 연인은 손을 잡으면 짜릿한 전기가 전달된다. 물론 그런 기분을 맛보는 것은 키스로도 가능하지만, 손을 잡는 행위가 더 기본적이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귀신을 보는 재벌 상속녀인 레이나 호텔사장 천여리(박은빈)와 귀신을 가장 무서워하는 열혈 검사 마강욱(양세종)의 좌충우돌 오컬트 로맨스다. 두 사람은 연애를 하면서도 기장 기본적인 행위인 손을 잡지 못했다. 손을 잡았다가는 마강욱 검사도 한달동안 귀신을 봐야하는 고통을 겪게된다.

'오싹한 연애'속 박은빈과 양세종 [사진=Tvn]

하지만 마지막회(12회)에서는 천여리가 지켜야 하는 호텔의 정원에서 이들은 평범한 커플마냥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걸어간다. 그 엔딩이 특별히 보기 좋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스+오컬트+공조수사물+코믹+액션이 섞인 복합장르였다. 귀신을 보는 박은빈과 에이스 검사 양세종이 서로의 손끝이 맞닿자, 오히려 사건 해결의 단서가 보이며 공조수사를 가능케 했다. 12년전 요트 위에서 지환을 죽게 한 ‘지환 형’ 강민환(옹성우)을 잡아야 하는 사건을 중심 줄거리로 하면서도 박승재 사건 등을 펼쳐나갔다.

‘오싹한 연애’는 2011년 동명 영화 원작을 각색했다. 기본 콘셉트 외에는 많은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여리가 귀신을 본다는 설정 외에는 완전히 바꾸었다. 하지만 완벽한 서사구조는 아니었다. 차라리 로맨스쪽을 더욱더 강화해도 좋을 뻔했다. 마지막회에 나온 7.9% 시청률을 더 올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연예 감정이 지금보다 더욱더 오싹하고 재밌게 영향을 미쳐야 했다.

박은빈과 양세종은 연기 잘하는 호감배우다. 때문에 두 사람의 시너지가 좋았다. 수사도 잡고 로맨스도 잡아야 하는데, 로맨스가 더욱 강화된 수사물이 이 드라마의 정답이었다.

한국드라마는 대형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이후 강력한 설정의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참교육’이나 ‘김부장’ 같이 센 드라마도 있어야 하지만, ‘오싹한 연애’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짚어야 할 건 짚어내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후자가 강도면에서 전자에 밀리는 듯 하지만 K-드라마의 본령을 생각하면 후자쪽도 다양하고 디테일 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이민수 PD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특징으로 드러나듯이, 관계성에서 코미디가 다른 드라마와 다르다는 게 ‘오싹한 연애’의 강점이다. 그 부분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도파민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으로 100%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연출의 방향을 글로벌 소비자에 제대로 맞췄다고 본다.

박은빈은 연기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 이지적인 캐릭터다. 멜로물에서는 러블리함도 갖추고 있다. 호텔경영자로 분하니 냉철함과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차가운 겉모습과 따뜻한 내면이 공존했다. 거기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는 깊은 외로움을 간직한 채 흔들리는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특히 박은빈은 절제된 눈빛과 섬세한 감정 표현, 손끝까지 살아 있는 디테일로 천여리의 복합적인 내면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박은빈과 동갑내기인 양세종은 힘을 빼고 연기해 마강욱 검사를 편안하게 바라보게 했다. 그간 차분하고 진중한 연기로 주목받아온 양세종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와 허당미가 색다른 재미를 더하며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했다.

귀신 앞에서 침착함을 잃고 당황하는 마강욱의 모습을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반응으로 풀어내 웃음을 만들어냈고, 천여리와의 로맨스에서는 힘을 덜어낸 눈빛과 말투로 감정의 온도를 달리했다. 천여리와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양세종은 댕댕남이나, 키링남처럼 '귀엽고 다정하며 순한' 느낌이 났다. 코믹과 로맨스를 오가는 유연한 완급 조절로 마강욱의 매력을 살려냈다.

양세종은 청춘의 섬세한 감정(‘이두나!’)과 욕망에 휩싸인 거친 얼굴(‘파인: 촌뜨기들’)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코믹 연기까지 다채로운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며 연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옹성우가 맡은 CL 엔터 대표 강민환은 결핍과 열등감으로 똘똘 뭉쳤다. 관계 지향이 아닌, 오로지 목표 지향적 캐릭터다. 옹성우가 ‘빌런’으로 처음 변신한 케이스다. 인간적으로 연민은 갔지만, 그의 최후가 너무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