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정 직거래 규모를 늘려 주정 유통 시장의 경쟁 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주정 유통의 독과점 구조가 여전해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25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에서 주정 직거래 규모를 5배 확대, 주정 제조사 간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정 제조업체들은 소주업체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대한주정판매라는 도매상에 생산량을 일괄 납품하며, 이 도매상은 이렇게 사들인 주정을 다시 소주 제조사들에 판매하는 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이 구조를 통제하기 위해 정부는 1972년 11월 대한주정판매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정부 지분이 많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주주 대부분이 창해에탄올, 진로발효, 풍국주정같은 주정 제조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주정 제조사들이 대한주정판매에서 사들이는 물량 배정은 각 제조사가 보유한 대한주정판매 지분율에 연동되는 구조로, 주주의 지분율은 연간 전체 주정 생산량에서 각 회사가 차지하는 비율과 거의 비슷하게 나눠져 있다. 사실상 경쟁이 필요 없는 배분 시스템인 셈이다.
공정위는 이날 이런 구조 위에서 직거래 허용 물량을 현행 총 주정판매량의 2%에서 2027년 10%로, "5배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확대 이후에도 여전히 물량의 90%는 지금과 같은 독점 유통 경로를 그대로 거친다는 뜻이 된다.
주정업계는 주류회사와 직접 계약관계를 맺지 않는 구조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초 한국주류산업협회와 대한주정판매가 필요 수량을 예측·협의해 각 주정업체에 생산량을 지정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장 스스로 경쟁 강도가 낮다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라는 뜻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동연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담합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시장 구조 자체가 경쟁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을 촉진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뒤집어 보면, 이번 조치가 확인된 위법행위를 시정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경쟁이 필요 없도록 설계된 독점적 유통구조를 전제로 한 소폭 보정에 그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분율에 따라 생산·판매 물량이 자동 배분되는 구조에서는 담합이 발생할 유인 자체가 없다. 이미 완결된 형태의 배분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직거래 허용 물량을 늘리는 것이 이 배분 시스템 자체에 어떤 실질적 균열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내년 상반기에 시장 경쟁 상황, 양곡 수급관리 등에 미치는 영향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물량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정위는 주정 직거래 외에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관외 진입 활성화, 중소·중견 회계법인의 감사 가능 범위 확대 등을 함께 발표했다.
생활폐기물 분야는 기초지자체가 관할구역 외 업체에는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는 관행으로 지역별 독과점이 굳어져 왔다는 게 공정위 진단이다. 개선안은 법정 요건을 갖춘 업체가 다른 시군구에 영업 확대를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허가하도록 제도화하는 내용이다. 다만 실제 허가 권한이 개별 지자체에 있어, 중앙정부 방침이 현장에서 얼마나 관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회계법인 관련 개선안은 두 갈래다. 감사품질 우수 중견·중소 회계법인에 대형 상장사 감사 자격을 부여하는 '군 상향 특례'와, 지방 분사무소 설치에 필요한 상근 공인회계사 요건을 3인에서 1인으로 낮추는 조치다. 이 중 군 상향 특례는 금융위원회가 이미 지난 7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위한 규정변경예고를 진행 중인 사안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