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 대신 AI가 온도·압력 조절"…선진, '무인 축산시대' 연다

[인터뷰] "사람 대신 AI가 온도·압력 조절"…선진, '무인 축산시대' 연다

10년간 데이터 축적…2027년 이후 자율운영화 목표
사료공정·출하예측에 AI 적용…사람 개입 최소화
농장부터 육가공까지 연결…사양기술 서비스 확대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흔히 축산업은 인공지능(AI)과 거리가 먼 전통 산업으로 여겨진다. 돼지나 소 같은 가축은 말을 하지 않고 농장은 넓다. 기록도 오랫동안 종이나 담당자의 엑셀 파일에 머물렀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은 지난 10년간 사료공장과 농장, 육가공 현장의 데이터를 모아왔다. 이제는 AI가 사람의 판단과 제어를 일부 대신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갑훈 선진 기술연구소장. [사진=선진]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선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갑훈 선진 기술연구소장은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다른 산업보다 더뎠던 이유로 '데이터 부족'을 꼽았다.

이 소장은 "축산이 AI와 안 맞는 산업이어서가 아니라 데이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선진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모으는 기반을 10년 가까이 깔았고, 지금은 그 데이터로 판단을 대신하는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조선공학을 전공한 뒤 공장 자동화와 생산관리, 데이터 프로젝트를 거쳐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선진이 처음부터 AI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출발점은 2018년 디지털 전환이었다. 종이와 개인 엑셀에 있던 데이터를 시스템으로 옮기고 사료공장, 농장, 육가공에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하나로 모았다.

선진은 2018~2022년을 데이터를 쌓는 '디지털화' 단계로 보고 있다. 현재는 쌓인 데이터 위에서 AI가 예측하고 제어하는 '지능화' 단계이며, 2027년 이후에는 사람의 개입을 더 줄이는 '자율운영화'를 목표로 한다.

AI 적용이 가장 앞선 곳은 사료공장이다. 특히 펠렛 공정에서는 숙련 작업자가 원료 상태와 날씨 등에 따라 온도, 압력, 속도를 일일이 조절해 사료의 경도와 품질을 맞춰왔다. 같은 옥수수라도 수분 함량 등 상태가 매번 다르고 작업조마다 노하우가 달라 품질 편차가 생길 수 있었다.

현재는 AI가 기존 공정 데이터를 학습해 제품별 레시피와 실시간 조건에 맞춰 온도와 압력 등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사람은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이상 상황이 발생할 때 개입하는 방식이다.

이 소장은 "생산조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조장이 자기만의 레시피를 갖고 있었는데 AI가 이를 학습해 자동으로 조절하게 되면 조별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며 "사료공장 한 곳에서 주야간을 합쳐 약 15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대부분 모니터 앞에서 공정을 확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 군산공장 전경. [사진=선진]

농장에서는 돼지의 출하 시점을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한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농장을 직접 찾아가 돼지를 눈으로 확인하거나 농장주와 통화해 이번 주 출하 물량을 정했다. 경험에 의존하던 의사결정이었다.

지금은 사료 출고량과 농장 내 잔량을 결합해 실제 섭취량을 계산하고, 사육 이력을 더해 성장 곡선을 그린다. 이를 통해 언제 출하 기준 체중에 도달할지를 예측하고 도축·가공 물량까지 미리 맞출 수 있다.

다만 농장은 사료공장보다 AI 적용이 까다롭다. 설비가 정해진 조건에서 움직이는 공장과 달리 생물을 키우는 농장은 기온과 습도, 사육밀도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가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영역이 농장"이라며 "환기는 외부 기온과 습도, 돈사 구조, 사육밀도, 일령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과제"라고 말했다.

약 15년간 데이터를 쌓아온 양돈 생산관리 시스템 '피그온'에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접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데이터를 내려받아 엑셀로 정리해야 했지만 이제는 "지난달보다 성적이 떨어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식으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AI 도입 효과를 아직 생산성이나 비용 절감 등의 단일 수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게 선진의 설명이다. 축산은 기온과 질병, 품종, 사료 등 성적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많아 AI 효과만 따로 떼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진이 AI와 자동화에 힘을 싣는 이유는 인력난뿐 아니라 방역과 안전 때문이다. 고령화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질병 위험도 상존한다.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줄일 수 있는 원격 확인과 자동 제어는 방역에도 유리하다.

향후에는 AI가 사람이 데이터를 조회하기를 기다리는 수준을 넘어 먼저 판단을 내리는 방향으로 고도화된다. 이 소장은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모델이 '이 농장의 환기 설정을 바꿔야 한다', '이번 주 출하 순서는 이렇게 잡아야 한다'고 먼저 제안하고 사람이 승인하는 구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은 현재 건설 중인 육가공 3공장도 자동화 창고와 무인 공정을 포함한 스마트팩토리 형태로 설계하고 있으며 내년 6월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장부터 사료 생산, 돼지 사육, 도축·육가공까지 데이터를 연결해 생산 편차를 줄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축의 사료 급여와 성장·환경 관리 등 사육 전반의 노하우를 뜻하는 '사양기술' 자체를 서비스하는 사업까지 그리고 있다. 이 소장은 "사양 노하우를 모델 형태로 만들고 파트너 농가와 나눌 수 있다면 결국 사료를 공급하고 돼지고기를 유통하는 사업을 넘어 사양 기술을 제공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