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장례식장 화환 조항 세 번째 손질…실효성 '공백'

공정위, 장례식장 화환 조항 세 번째 손질…실효성 '공백'

"협의" 문구 반복, 미준수 사업자 제재수단 안 보여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해 화환 임의처분 금지 조항을 손질했지만 실질적 이행력을 담보할 장치는 이번에도 빠져 시늉만 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조문객이 보낸 화환의 소유권이 유족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장례식장이 화환을 처분하려면 유족과 사전 협의하도록 장례식장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반영해 (사)한국장례협회의 심사 청구를 받아 추진됐다.

공정거래위원회

배경에는 반복된 소비자 민원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는 장례식장이 화환을 1000원에 판매하도록 요구하거나, 유족이 직접 처분하려 하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 사례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번 개정의 핵심 내용인 '사전 협의' 의무가 사실상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2022년에도 화환 관련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면서 "유족과 협의해 폐기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이미 도입한 바 있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것은 화환의 소유권이 유족에게 있다는 법적 근거뿐이다. 소유권 명문화가 실제 처분 관행을 바꿀 만큼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개정안의 외부 음식물 조항도 "사업자와 이용자가 사전에 협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반입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화환 처분 조항 역시 같은 구조다. 발인을 앞두고 시간에 쫓기는 유족이 사업자가 요구하는 '협의'를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조항의 문구만 바뀌었을 뿐 현장의 역학관계는 그대로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가 이날 밝힌 후속 조치는 개정 표준약관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사업자단체에 통보해 "적극 권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미채택 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나 명단 공표, 제재 연계 등 이행력을 담보할 장치는 빠져 있다.

표준약관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다. 개별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구조적 한계는 이번 개정으로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015년 장례식장의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 조항을 처음 시정 권고한 이후, 2022년 화환 임의처분 조항에 협의 의무를 도입했고, 이번에 세 번째로 같은 영역을 손질했다. 세 차례에 걸쳐 절차적 규정을 반복해서 강화했음에도 유사한 소비자 민원이 계속 접수돼 온 배경에는, 표준약관의 권고적 성격과 '협의'라는 우회 가능한 문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